몸 사리는 건설사…정비사업장마다 시공사 찾기 어려운 이유는

  • 시공사 못 찾아 유찰 빈번

  • 건설사 "조합과 분쟁·비용 급증에 손실 우려"

서울 마포구 한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한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시공사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에다 인건비, 건설비 증가로 참여해도 손해라고 판단해서다. 재개발,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어려워지고 유찰이 잇달아 나타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더뎌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현대건설은 앞서 1,2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으며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건설사의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과 수의계약은 올해 들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사비 1조 7000억원에 달해 건설업계에서 '대어'로 여겨진 송파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에서도 수의계약이 예상된다. 1차 입찰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주 경쟁이 예상됐지만, 두 차례 입찰에서 모두 GS건설만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달 9일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해당 재건축 사업지가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인근인 데다 서래초, 방배중, 서문여중·고가 있는 만큼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됐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같은 날 방배15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에서도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하며 마찬가지로 유찰되면서 향후 포스코이앤씨와 수의계약이 점쳐진다. 이 외에 서울 양천구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 송파구 한양3차 아파트 재건축, 송파 한양3차 재건축 등도 다른 건설사 없이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한 곳이다.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분위기는 건설사들이 비용을 줄여 내실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무리하게 경쟁 입찰에 나서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의 건설 공사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23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1% 상승했다. 3월 기준으로 연도별 지수를 보면 2022년 121.46, 2023년 127.34, 2024년 130.05 등으로 계속 상승 중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한 통계 자료다. 2015년 100을 기준으로 한다. 130이면 2015년보다 공사비가 30% 더 올랐다는 의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와 다르게 지금 원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인건비도 마찬가지"라며 "공사비에서 15~20%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데다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도 지금은 고분양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와 관련해 조합과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각종 비용도 무시하기 어려워 아예 입찰에 안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건설 업황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업은 수주 산업인데 현재는 모두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방침을 가지고 있어야 불황에서 좀 더 버틸 체력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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