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 취소를 본격화하고 중국·홍콩 출신 신청자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를 예고했다. 특히 하버드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압박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중 충돌 속에 본격적으로 중국계 유학생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국무부는 국토안보부와 협력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핵심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이 언급한 ‘핵심 분야’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국 공영방송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반도체 엔지니어나 항공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재 하버드대 학생의 약 31%가 외국인”이라며 “31%가 아니라 15%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학생들 때문에 하버드대나 다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생긴다”며 자국민 우선주의를 다시 강조했다.
이어 “하버드대는 세계의 급진적인 지역에서 학생들을 데려오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외국 학생들)이 미국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발언했다. 또 “우리는 쇼핑몰이 폭발하거나 폭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지난해 반유대주의 및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의 진앙이었던 뉴욕 컬럼비아대에 대해선 “정말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도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협력하고 있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중국 유학생을 타겟으로 한 강경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버드대 국제 오피스에 따르면 현재 140여 개국 출신 외국인 유학생 6800명이 재학 중이며,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중국 출신 학생은 약 1200명으로, 전체의 약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2019년 약 37만 명에서 2024년 약 27만 7000명으로 5년 만에 10만여 명 감소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는 미·중 간 긴장 고조와 미국 정부의 유학생 감시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이 수치는 전체 외국 유학생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이며, 인도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앞서 전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전 세계 외교 공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한 바 있다. 하버드대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대학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법원에 효력 중지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가자전쟁 반전 시위에 참여한 컬럼비아대 학생 마흐무드 칼릴에 대한 추방 시도는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현재 미 국무부는 1952년 제정된 이민·국적법에 근거해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추방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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