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금 시장 전면 개혁 추진… 독점 구조 해소하고 투명성 강화 나선다

  • SJC 독점 체제 구조조정 착수

  • 다수 기업 참여 허용 및 국가 금 거래소 설립 논의

베트남 호찌민시 비엣콤은행에서 금괴를 구매하는 사람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호찌민시 비엣콤은행에서 금괴를 구매하는 사람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이 10여 년간 지속된 금 시장의 독점·불투명 문제를 해소하고, 수급 왜곡과 가격 급등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전면 개혁에 착수했다.

4일 베트남 현지 매체 띤뜩신문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현지 주요 귀금속업체인 사이공귀금속(SJC) 중심의 독점 체제를 해소하고 금 수입 재개, 다양한 브랜드 경쟁, 금 거래소 설립 등 시장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국가은행 산하 감사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국내 4개 기업과 2개 은행이 금 거래와 관련해 다수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금 시장의 전면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 시장의 독점, 유통 왜곡, 정보 비대칭 등 구조적 문제들이 10년 이상 지속되며 국민의 자산 형성에 불공정한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현행 금 시장 구조는 지난 2012년 시행된 정부령 24호에 따라 형성됐다. 이 제도는 베트남 국가은행이 금 원자재의 수입을 독점하고, 금괴 제조는 국영 기업인 SJC에만 위탁하는 방식이다. 이에 SJC 금괴 외 제품은 사실상 유통이 중단되면서 금의 유동성이 낮아졌고, 그로 인한 국내외 가격차는 최대 2000만 동(약 105만 원)에 이르렀다.


또럼 베트남 서기장은 최근 당 중앙 정책전략위원회 회의에서 "금괴 제조 독점 구조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해소하고, 일정 기준을 갖춘 다수의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부는 감독 권한을 유지해 금 시장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금 시장의 경쟁 유도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전 베트남 국가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인 르쑤언응이어(Le Xuan Nghia) 박사는 "국가가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금 수입을 허용하면, 현재 1500만~1800만 동에 달하는 가격차가 100만~200만 동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금 시장이 본래의 자산 가치 평가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경을 통한 금 밀수나 불법 투기 등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응우옌타인하(Nguyen Thanh Ha)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금 시장 정책은 단기적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국제 금융환경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는 뒤처지고 있다"며, 공급 다변화, 브랜드 다양화, 금괴 입찰 공개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가 금 거래소 설립을 제안하며, 이곳에서 금 선물이나 계약 거래 등 파생상품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인 쯔엉타인득(Truong Thanh Duc) 변호사는 "가상자산도 거래 시장이 있는 마당에 실물 자산인 금은 더욱 정교한 금융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시중은행의 금 보관 서비스 제공, 금 계좌 상품 확대 등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물리적 금 거래를 일반 대중에게 허용할 경우에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정부령 24호 개정안을 긴급 절차에 따라 준비 중이며, 이는 정치권 전반의 개혁 의지를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타인하 변호사는 "이번 개정은 시장 질서를 재정립할 기회"라며, 금 시장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률이나 국가은행법에 통합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금 시장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기술 표준, 재무 역량, 리스크 통제 능력을 기준으로 다수 기업에 금괴 제조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브랜드 독점과 유통 제한은 오히려 비공식 거래 시장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 거래의 디지털화, 원산지 추적 시스템, 투명한 결제 구조가 병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자금세탁 방지 및 자본 흐름 관리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베트남 정부 주도의 질서 정비와 동시에 자율적인 경쟁이 조화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베트남 금 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 금융과 깊이 연계되고 있는 현재의 대외경제 환경 속에서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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