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대출규제 때문에 난리지만 한쪽에선 ‘가격이 떨어지면 연락해 달라’는 문의가 올 정도예요. 자산가들만 남은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서울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사)
고강도 대출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있으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급지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84㎡가 지난 7일 43억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초구 방배동 그랑자이 84㎡는 지난 4일 33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소형 평형대에서도 나타나 성동구 하왕십리동 극동미라주 전용 59㎡도 지난 17일 1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작성했다.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이 눈에 띄게 둔화하긴 했지만 강남 3구·마용성 지역 상승 흐름은 여전히 견조한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 주 대비 0.16% 올랐다. 특히 송파구는 0.43% 상승해 지난주 상승 폭(0.36%)보다 컸고 성동구(0.37%), 서초구(0.28%), 용산구(0.24%)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대출 규제는 없는 사람이 더 피해보는 규제”라며 ”대출 없이도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는 시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발표 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급지를 중심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른바 ‘규제 약발’이 반년 후부터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실장은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에서 "주담대는 규제 효과로 인해 태도가 긴축적으로 바뀌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거시경제환경 변수들의 변화가 함께 발생해 약 6개월 이후 규제 효과는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 교수도 "올해 하반기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 정도 상승하고 본격적 상승은 (규제 발표 6개월 후인) 내년쯤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에 비해 절반으로 줄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