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급격히 늘던 아파트 매매계약 해제 비중이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시장 전반이 규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관망과 선별 매수의 적응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규제로 인한 하락 국면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똘똘한 수요'가 돌아오면서 서울에서 '신고가 랠리'도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6월 27일 이후 10억원 미만 단가 구간에서 치솟았던 아파트 매매 계약 해제 건수가 7월 하순을 지나 8월 중순 들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10억원 초과 고가 구간의 해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6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중 10억원 이상은 총 1998건으로 이 중 해제사유발생일에 해당하는 건수는 167건을 기록, 해제율은 8.5%를 기록했다. 규제 전 같은 기간인 56거래일 동안의 해제율은 9.5%로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억 미만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의 계약 해제는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규제 후 계약 해제율은 6.4%로, 규제 전의 10.0%보다 크게 줄었다.
규제 시행 첫 한 달인(6월 28일~7월 28일) 서울 아파트 거래 중 계약 해제된 거래의 비중은 전체의 7.4%까지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의 3.8% 대비 2배 가까이 높아져 '거래 취소 러시'가 확인됐다. 초유의 대출 규제로 시장 혼란이 심화했고, 거래량 급감과 거래 가격 하락 우려가 높아 관망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규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신규 해제 신고가 둔화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주요 상급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가격 하락이 심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진행한 거래를 취소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격을 내려 물건을 내놓으면 바로바로 거래 계약자가 나타나고 있다"며 "매매만 아니라 전세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매매가 안 이뤄져도 매매 가격을 내리지 않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기존에 생각한 가격에 팔겠다는 것으로 급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8월 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는 0.14% 올라 전주(0.12%)보다 확대되며 6·27 대책 발표 후 6주 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상급지 강세, 전체 관망'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앞으로도 가격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116㎡는 지난달 2일 92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지난달 15일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45억2500만원에서 거래되며 전고가보다 7000만원 더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 지난 16일에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압구정 2구역 내 '신현대11차' 171㎡(이하 전용면적)가 100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해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와 관련해 직방 관계자는 "공급에 대한 불안 심리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관망세가 이어지더라도 실제 가격 조정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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