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 결산] 희망 쏜 '설상' 아쉬움 삼킨 '빙속'…MZ 태극전사 빛났다

  • 설상 불모지서 '스노보드' 금·은·동 수확… 역대 최고 메달 성적표

  • 쇼트트랙, 메달 7개 저력… 스피드스케이팅은 24년 만에 '노 메달'

  • 평균 24.1세 '젊은 피' 맹활약… 김길리 2관왕·최가온 금메달 쾌거

  • 최민정,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원윤종 IOC 위원 당선 '겹경사'

지난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길리가 태극기를 흔들며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길리가 태극기를 흔들며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이 지난 23일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선수 71명 등 총 130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 대한민국은 설상 종목의 눈부신 약진과 'MZ세대'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앞세워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종합 순위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를 앞두고 목표로 내걸었던 '종합 10위 이내 진입'은 아쉽게 무산됐다. 하지만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종합 14위에 머물렀던 4년 전 베이징 대회와 비교해 금메달과 전체 메달 수가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 시상식에서 김상겸이 은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 시상식에서 김상겸이 은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스노보드 '르네상스' 활짝

'설상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스노보드는 금·은·동메달을 각각 한 개씩 수확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1960년 스쿼밸리 대회부터 동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 온 한국 설상 종목의 역대 최고 성적표다. 한국 설상이 단일 올림픽에서 2개 이상 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노보드 강국' 일본(금 4·은 2·동 3)과 오스트리아(금 2·은 1·동 1)에 이어 종목 순위 3위에 오르면서 세계 무대에 한국 스노보드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지난 8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김상겸이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역대 동·하계 400번째 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어 유승은이 여자 빅에어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노보드 종목 최초 여성 메달리스트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최가온은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쇼트트랙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 무려 7개 메달을 쓸어 담았다. 4년 전 베이징 대회(금 2·은 3)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여자 쇼트트랙은 8년 만에 3000m 계주 왕좌에 복귀했다. 1500m에선 금·은메달을 석권했고, 1000m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기록했으나 12년 만에 금메달 수확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쇼트트랙 못지않은 '효자 종목'으로 꼽혔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번 대회를 '노 메달'로 마쳤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은 메달 4개를 거머쥐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끝내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한국 빙속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이다. 기대를 모았던 컬링, 썰매(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역시 세계의 벽을 절감하며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얻으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시상식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얻으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시상식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균 24.1세…미래 밝힌 MZ 태극전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거둔 최고의 수확은 단연 '젊은 피'의 눈부신 도약이다. 이번 대회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들 평균 나이는 24.1세에 불과했다. 특히 전체 7명 중 3명이 10대일 정도로 MZ세대 태극전사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는 완벽한 대관식을 치르며 한국 선수단 남녀 전체를 통틀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04년생인 김길리는 여자 1500m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3000m 계주에서도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로 올림픽 계주 우승을 합작하며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하게 2관왕에 등극했다. 그는 여자 1000m 동메달까지 더해 이번 대회에서만 세 차례 시상대에 올랐다.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인 2007년생 임종언은 남자 1000m에서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그는 경기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다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선보이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설상 종목에선 2008년생 동갑내기 최가온과 유승은이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최가온은 결선 1차에서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3차 시기에서 극적인 연기를 펼친 끝에 정상에 오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미국 올림픽 방송 주관사 NBC는 이 장면을 '대회 전반기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았고 최가온을 '동계 올림픽에서 떠오른 스타 13명'에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어깨에 두른 채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최민정이 태극기를 어깨에 두른 채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 최민정의 빛나는 피날레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은 자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선수 동·하계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통산 일곱 번째(금 4·은 3) 메달을 수확하며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이상 6개)을 뛰어넘어 한국 선수 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쇼트트랙 전이경(금 4)과 함께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공동 1위에도 올랐다.

경기 후 최민정은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사실 이번 시즌 준비하면서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았고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며 "경기 시작과 끝까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경기 끝나고 나서도 '정말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제 올림픽에서 저를 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현역 은퇴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 생활 은퇴는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소속 팀과도 조율해야 하는 문제"라며 "일단 올림픽만 생각했다. 당분간 쉬면서 생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올림픽으로 결정한 계기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이번 시즌 좀 아픈 곳도 많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며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도 많이 세웠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외교 성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 외교 성과도 냈다.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IO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인 출신 IOC 집행위원으로는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IOC 집행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를 관리하고 주요 정책과 현안을 결정한다.

'봅슬레이 전설' 원윤종은 선수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당선된 문대성(태권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선출된 유승민(탁구) 현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한국 출신 역대 세 번째 IOC 선수위원이다. 동계 올림픽 종목 출신 중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이로써 한국은 IOC 위원 두 명을 보유하게 됐다. IOC 위원이 두 명 이상인 국가는 20개국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한국 봅슬레이 원윤종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자원봉사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한국 봅슬레이 원윤종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자원봉사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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