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석유화학 천둥 번개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며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원료·연료·구조개편이 겹친 '삼중고'에 직면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주요 원료로 활용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구조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나프타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원료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이 불가피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남은 나프타 재고는 2주 분량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 남아있는 비축유로 나프타 수요를 채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한시 지정하기도 했다.
석화업계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에서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으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까지 겹치며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나프타 가격은 t당 1068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이전인 연초(t당 537달러)와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여기에 LNG 리스크까지 더해지고 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19일(현지시간) 주요 LNG 시설 피격으로 한국 등과 맺은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수년간 '불가항력'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에너지 전체 수출 능력의 17%를 담당하는 시설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18일 이란의 해상 가스전을 공격하자 이란이 LNG 정제 시설이 밀집한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 단지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복구에는 3년에서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LNG는 석유화학 공정의 주요 연료로 사용되는 만큼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동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에 이어 LNG 비용까지 오르면 원가 부담이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일부 설비의 가동 중단, 이른바 '셧다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약 20%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비축 의무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재고를 보유해 연말까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타르에너지가 실제로 불가항력을 선언해 한국이 LNG 5년 치 물량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부족분을 현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채워야 해 산업용 에너지 비용과 가스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전방 산업에서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업계에서는 "최근 합성수지 가격 인상과 공급 불안이 겹치며 원재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제조 원가의 약 80% 이상이 원재료가 차지하는 구조인 만큼 나프타 가격 급등이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 석유화학 사업재편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은 이날 각 사별 이사회를 열고 최종 사업재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1호였던 대산 산단 내 기업들의 사업재편안을 승인한 바 있어, 이번 여수 프로젝트까지 승인될 경우 두 번째 구조개편 사례가 된다.
이번 여수 프로젝트는 나프타 분해시설(NCC) 통합과 다운스트림 사업 재편을 통해 설비 효율화를 추진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구조 전환을 꾀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종안이 확정될 경우 울산 산단에도 구조개편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조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동발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원료와 연료 비용까지 동시에 상승할 경우 업황 회복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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