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스케치] '깐부'보다 센 대만 '형제방'…엔비디아 GTC가 K-반도체에 던진 질문

  • 가죽 재킷의 '비즈니스 스웨거' 뒤에 자리한 젠슨 황의 대만 정체성

  • GTC 2026 현장서 드러난 대만 반도체 존재감…공급망 중심축 확인

  • 엔비디아가 연 AI 인프라 초기 국면…K-반도체 생태계 역할 확대 과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젠슨 황 CEO 프레스  크리에이터 QA에 등장해 참가자들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젠슨 황 CEO 프레스 & 크리에이터 Q&A'에 등장해 참가자들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세계 최고인 TSMC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대만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 말밖에 없다. 이마저도 행사 2일차에 비공개로 진행된 '프레스 & 크리에이터 Q&A'에서 나온 발언이다.

전 세계 눈이 황 CEO에게 몰린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서 그는 장장 2시간 30분 동안 대만의 '대'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등장 전부터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로큰롤(Rock 'n' Roll) 풍의 배경음악이 흘렀고, 특유의 검은색 '레더 아우터(Leather Outer)'를 입고 쿨하게 등장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 기조연설 도중 블랙웰 울트라 기반 최신 AI 슈퍼컴퓨터 DGX B300 상단 랙 모듈을 번쩍 들어 올린 채 연설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개막일인 16일(현지시간) 기조연설 도중 '블랙웰 울트라' 기반 최신 AI 슈퍼컴퓨터 'DGX B300' 상단 랙 모듈을 번쩍 들어 올린 채 연설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그는 연설 도중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챔피언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30~50kg의 무게가 나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 기반 최신 AI 슈퍼컴퓨터 'DGX B300' 상단 랙 모듈을 번쩍 들어올린 상태로 말하기도 했다. 4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은 그에게 압도됐고, 연신 환호성이 터졌다. 그야말로 미국 마초 남성 그 자체였다.

황 CEO는 3일차 저녁에 조용히 대만 야시장 컨셉의 'Day and Night Market' 이벤트에 참석해 고향의 간식을 함께 즐겼다. 이날 황 CEO의 모습은 단순한 갑을 관계를 넘어선 '대만식 형제 경영'의 전형이었다. 그에게 대만은 굳이 드러내거나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존재인 셈이다.

엔비디아와 대만의 깊은 관계는 앞서 말한 2일차 Q&A 세션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수백 명의 글로벌 기자, 크리에이터가 착석한 행사장에선 대만계 내지 범 중국계로 추정되는 참석자가 적지 않았다. 20개는 족히 넘는 질문 중 적지 않은 비중이 이들의 질문이었다. 일부 중국식 영어 악센트를 쓰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황 CEO에 대한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중간에 황 CEO에게 황금색 트로피를 건넨 '모터트렌드' 편집장 에드 로도 홍콩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젠슨 황 CEO 프레스  크리에이터 QA에서 모터트렌드 편집장에게 트로피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젠슨 황 CEO 프레스 & 크리에이터 Q&A'에서 '모터트렌드' 편집장에게 트로피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황 CEO는 이날 대만 공급망의 중요성을 못 박는 발언도 했다.

한 기자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황 CEO는 "성사되기 매우 어렵다"고 답한 것이다. 미국·유럽 팹 증설은 추가 생산과 공급망 회복력 차원이며, 대만 생태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발언이다.

기자가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 비공식 방문했을 때도 직원 배지를 목에 건 채 캠퍼스를 거니는 대만계 내지 범 중국계 인물들이 많이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엔비디아 글로벌 인력 규모는 약 3만6000명이며, 전년 통계인 2만9600명 중 55.9%인 1만6550명은 아시아·인도계로 추정된다. 인종이나 출신으로 통계를 내지 않아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적지 않은 수인 것은 분명하다. 대만 반도체는 단지 공급망이 아닌, 엔비디아 내부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3일차인 18일현지시간 GTC 파크에 마련된 대만 야시장 컨셉의 Day and Night Market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GTC 2026 공동취재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6 3일차인 18일(현지시간) GTC 파크에 마련된 대만 야시장 컨셉의 'Day and Night Market'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GTC 2026 공동취재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대만 타이베이에 미국 산타클라라 본사와 비슷한 규모의 해외 본사를 지을 계획이다. 올해 6~7월 착공 예정으로, 컴퓨텍스(Computex) 기간 황 CEO 방문에 맞춰 기공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본사 인력이 3000명 수준인데, 대만에는 3배 이상인 10000명 고용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본 엔비디아는 사실상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GPU 설계와 CUDA 소프트웨어만 제공할 뿐 GPU 90% 이상은 TSMC가 생산한다. 대만 ASE 등 후공정 업체(OSAT)들은 패키징을 전담하고, 폭스콘(Foxconn)과 콴타 클라우드 테크놀로지(Quanta Cloud Technology, QCT) 등은 DCX 서버 등 최종 완제품을 담당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모습 사진조성준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모습 [사진=조성준 기자]

이번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TSMC 독점이란 틈새를 비집고 엔비디아의 그록(Groq) 3 LPU 생산을 맡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견고한 대만 카르텔을 뚫기 위해선 성능이 압도적이거나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해낸 것이다.

대만에는 파트너를 넘어 형제같은 관계라는 뜻의 '형제방(兄弟邦)'이란 말이 있다. 엔비디아와 대만은 '깐부' 치맥을 먹지 않아도 형제 그 자체다.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질서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AI 산업의 판도는 아직 열려 있다. GTC 현장에서 드러난 대만의 '보이지 않는 손'은 거대했지만 한국도 기술 변곡점을 캐치해 생태계를 선점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 반도체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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