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 은행 시스템의 국제화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이 금융 시스템 발전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리스크, AI 등 기술 발전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 국제화의 방향성에 대해 점진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선진국 금융기관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를테면 다른 국가가 지금 한국과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하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 국제화를 위해서는 국제적 위상을 가진 통화가 필요하지만 원화는 아직 그러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그동안의 환율 정책 역시 산업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빠른 국제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다만 한국 은행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제한된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의 본질적 역할을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기능'으로 규정하며, 한국은 이 기능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금융이 특정 산업에 자금을 집중 공급하며 제조업 중심 성장 전략을 뒷받침한 점을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을 선별해 금융을 공급해왔다"며 "이 같은 구조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성장을 예로 들며 금융이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과거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요인들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며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갈등 심화,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등이 기존 성장 모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서비스 경제의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서비스 산업과 서비스 수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제조업 중심 성장에서 서비스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카르스텐스 전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과 AI는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금융의 기능을 한층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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