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주적' 중국을 겨냥해 고강도 관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 통제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발 물러섰고, 결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1년간의'불안한 휴전'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이라는 공언과 달리 장기화 국면에 빠졌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략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단행한 이란 전쟁 역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며 미국에도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주요 권위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기세 좋게 힘 겨루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겉으로는 중동 안정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자신들 입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에너지와 공급망'이라는 실질적 이해관계에 기반해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이란은 제재 속에서도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서방의 제재를 받는 이란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이번 전쟁이 단순한 지정학적 위기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동시에 희토류 등 핵심 자원 공급망을 무기화하며 미·중 경제 패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을 매개로 한 '반미 연대'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중국과 러시아가 드론, 미사일 관련 기술, 군수 물자 공급망 등을 통해 이란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미국 중심인 국제 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경제 영역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재 회피 네트워크와 비(非)서방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이란과 경제 협력을 유지하면서 달러 중심 체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완전히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두 국가는 전면적 군사 충돌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 불안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관리 가능한 긴장 상태'는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에서 갈등 지속을 용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권력 재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동시다발적 위기 대응에 몰리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간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냉전 시기와 유사한 진영 대결 구도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하면 국제 질서가 '다극 체제'를 넘어 사실상 '신냉전 구도'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란 전쟁은 그 출발점일 뿐이며 앞으로 에너지, 공급망, 군사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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