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동료가 관리하지 못한 문서 더미만 잔뜩 남겨뒀나요? 파트너 직책 변경으로 그간 쌓아온 팀워크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나요? 차가운 이별을 따뜻한 기술로 바꾸는 불멸의 사이버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달말 중국 한 알고리즘 기술자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에 올린 '동료 스킬(colleague.skill)' 프로젝트 소개 문구다.
이 프로젝트는 이용자가 동료의 페이수(화상미팅 앱), 딩딩(기업 업무용 앱), 위챗(모바일 메신저), 이메일 등 업무 데이터를 AI 에이전트에 입력하면 해당 동료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스킬’을 생성해주는 무료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퇴직한 동료의 업무 흐름(워크플로)은 물론 말투까지 유사하게 재현한 ‘AI 동료’를 만들어 실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스킬은 공개 후 닷새만에 7000개 이상 별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 스킬은 단순히 업무 지식과 노하우만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료의 성향, 표현 방식, 의사결정 패턴, 대인관계 방식까지 분석해 일종의 매뉴얼 형태로 정리한다. 보고서 작성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문제 해결 접근법 등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개인 업무 습관 전체를 모델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료의 업무 데이터를 추출해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활용해 훈련시킨 결과다. 마치 액체를 끓여 증기를 모으듯 중요한 지식만 추출해 학습시키는 기법으로, 효율적으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모델을 경량화할 수 있어 AI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사람의 업무 경험을 AI로 ‘증류’해 대체 가능한 스킬로 만든다는 점에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AI 시대에 노동자가 도구 사용자가 아닌, 오히려 그 도구의 원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동료 스킬(Skill)'이 아니라 '동료 제거(kill)'가 아니냐는 비판 섞인 농담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서 ‘반증류 스킬(anti-distill)’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이 스킬을 공개한 중국 개발자는 “회사가 직원의 경험을 AI 스킬로 정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핵심 노하우를 추출해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반증류 스킬은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겉보기에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생성하되, 핵심 지식은 제거된 형태로 출력하도록 설계하며, 제거된 핵심 정보는 별도로 저장해 개인의 자산으로 보호하는 방식이다. 이 스킬 역시 깃허브에 올라오자마자 1000개 이상의 별을 받으며 주목 받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직장인 AI 스킬이 서서히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국 IT 전문 온라인 매체 딩자오원(定焦One)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대형 인터넷 기업은 엔지니어들에게 업무 노하우와 워크플로, 문제 해결 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AI용 스킬’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심지어 AI 에이전트 사용 과정에서 소비하는 토큰 수량과 스킬 개발 능력을 핵심성과지표(KPI)로 반영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중국인들의 'AI 딜레마'도 커졌다. AI를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업무를 AI 스킬로 작성해 넘기면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AI가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를 재현하더라도 창의성이나 직관력까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 또 이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무 메신저 기록이나 이메일 등은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며, 타인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 및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톈하오 칭화대 교수는 중국 21세기경제보를 통해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적 지식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개인에 귀속된다”며 “하지만 현행 법규에는 이와 관련한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향후 노동법 개정과 근로계약서를 통해 지식 접근 권한과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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