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비만치료제 수요 급증 시대에 헬스장의 살 길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헬스장 관련 소비자 피해는 최근 10년간 항상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소비자 상담 다발 품목에서 2015년부터 계속 3~4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2022년에는 2위, 2023년과 2024년에는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영업난으로 폐업하는 헬스장도 증가하고 있다. 행안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체력단련장 폐업 신고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431곳, 2021년 403곳 정도였는데 2024년에는 567곳, 2025년에는 553곳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6개월, 12개월 등 소비자들에게 장기 선결제를 요구하는 영업 방식이 각종 악재들과 맞물려 헬스장으로의 신규 고객 유입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선결제 구조 속에서 폐업이 곧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헬스장의 폐업과 영업난을 유발하는 각종 악재로는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의 지속적인 상승과 경기 불황, 그리고 러닝 열풍과 홈트레이닝 등 달라진 운동 소비 패턴을 들 수 있다. 또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나 공공 스포츠센터도 헬스장의 강력한 경쟁자다.

이와 함께 가장 폭발적인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바로 비만치료제다. 최근 국내에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상륙하면서 소비자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주 1회 자가 투여하는 편리함과 강력한 감량 효과 덕분에 한 달 투약 비용이 30만원을 훌쩍 상회함에도 처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식욕 자제와 운동으로 2~3㎏ 감량도 쉽지 않은 터에 3~4개월 만에 수월하게 10㎏ 이상 감량한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니 헬스장에 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이 비만치료제가 주사제에서 먹는 약으로 발전해 편의성이 증대되면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헬스장은 과연 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비만치료제가 빠른 체중 감량은 보장하지만 치료 중단 시 요요 현상이 나타나고, 또 체중 감량이 근육 유지와 건강 관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스장 운영의 근본적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려움 타개는 쉽지 않다고 본다.

첫째, 대부분 헬스장들은 근사한 하드웨어는 갖추고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과 최신 기계도 중요하지만 매일의 활동을 채울 프로그램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대학의 교과목별 강의계획서처럼 어떤 운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기계를 사용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운동 계획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쉽고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고안돼야 하며, 단기간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 PT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지도와 설명이 제공돼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을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둘째, 헬스장은 부담 없이 즐겁게 가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CRM(고객관계관리) 이론에서는 서비스업은 고객을 친구처럼 따뜻하게 맞이하고 응대해야 한다고 한다. 할인된 가격에 장기 선결제를 한 고객이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왠지 차가운 반응을 느낀다면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개인 PT 고객을 우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고객에게도 정성을 다해 응대해야 한다. 그렇다고 강요적이고 부담스러운 관계를 형성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도 힘들지만 공부도 힘들다. 그러나 대학 강의에 비하면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은 변화를 더 체감하기 쉽다. 머릿속에 지식이 얼마나 쌓였는지보다 몸의 변화는 더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강의평가가 시행된 이후 교수들은 강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는 현실에서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운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이 헬스장이기 때문에 운동 교육 내용과 고객 응대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고, 자꾸 가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주춧돌을 놓다 보면 결국 큰 산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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