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다시 임계점으로 향하고 있다. 2주간의 휴전은 21일 종료를 앞두고 있고, 협상과 충돌은 같은 궤도 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실제 흐름은 서로의 지렛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해상 봉쇄를 유지한 채 이란 선박에 대한 발포와 나포까지 감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란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규정하며 법제화와 군 집행까지 시사했다.
이는 긴장의 고조가 아니라 질서의 충돌이다. 미국은 ‘개방’을 전제로 기존 해상 질서를 복원하려 하고, 이란은 ‘통제’를 전제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려 한다. 같은 수로 위에서 두 개의 질서가 맞부딪히고 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는 협상 카드이면서 동시에 장기적 억지 수단이다. 필요할 때마다 상대의 선택지를 제약할 수 있는 구조적 지렛대라는 점에서, 핵 프로그램과 유사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21일 이후의 전개는 어느 한 방향으로 단정되기 어렵다. 협상이 이어진다면 긴장을 해소하는 합의라기보다 긴장을 관리하는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협상이 흔들린다면 전면전보다는 제한적 충돌과 간헐적 봉쇄가 반복되는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 어느 쪽이든 ‘정상화’로의 복귀와는 거리가 있다.
이 변화가 외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에너지와 물류 흐름은 이미 가격과 환율,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은 이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지만, 전략은 여전히 과거의 전제 위에 머물러 있다. 그 전제는 단순했다. 호르무즈는 결국 열린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그 반대다.
호르무즈는 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통제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개방은 조건부가 되었고, 통제는 제도화되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선택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기존 구조를 유지한다면 반복되는 불안정과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구조를 바꾸려 한다면 더 높은 비용과 기술적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어느 쪽도 쉽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선택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그 선택을 미룰 수 있었다.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긴장은 더 이상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는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문제는 그때마다 흔들릴 것인지, 아니면 흔들림을 전제로 설계할 것인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