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수정 문화부장
정부가 50년 넘게 고착된 관광 법제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산업과 지역을 잇는 새로운 뼈대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닻을 올린 관광 법제 전면 개편 작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1975년 제정된 관광기본법의 조문을 대폭 보강해 전부 개정하고, 1986년 탄생한 관광진흥법은 관광산업법과 지역관광발전법으로 나누는 분법 방향을 제시했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대형 버스에 몸을 싣고 명소만 겉핥기로 돌던 시절의 낡은 법으로는 작금의 인바운드 시장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낡은 법망을 뜯어고칠 물꼬를 튼 정부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의 고양 공연은 낡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고양 공연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평균 7.4일을 머물며 1인당 291만원을 썼다. 공연장 인근 대화동의 외국인 카드 소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배 폭증했고, 890만원이던 매출은 사흘 만에 3억3780만원으로 뛰었다. K팝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지역 경제의 맥박을 얼마나 강하게 뛰게 하는지 증명하는 구체적인 수치다.
문제는 그 '그릇'이다. 귀한 손님들이 제 발로 찾아왔건만, 정작 우리는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행사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숙박비 폭등과 바가지 상술은 이제 고질병을 넘어 국가적 망신 수준이다. 단속 권한을 쥔 지자체는 매번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고, 플랫폼 기업들도 '동적 가격제'라는 시장 논리만 앞세워서 책임을 회피한다. 그 사이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망친 외국인들이 다시 이 땅을 찾을 리 만무하다. 글로벌 스타가 어렵게 열어둔 문을, 현장의 얄팍한 상술이 도로 닫아버리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바가지요금과 외국인 경멸, 불친절 등 엇나간 생활문화를 꼬집으며 '관광 새마을운동'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님을 맞는 태도부터 바꾸자는 주문은 필요하다. 그러나 생활문화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돈이 몰리는 순간 어김없이 무너지는 상도덕과 불공정한 폭리를 제어하는 힘은 결국 촘촘한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달 초 덤핑 관광을 막기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을 치우는 국지전에 불과하다. 진정한 변화는 이번 전면 개편안에 담겨야 한다. 새 관광기본법에 들어갈 '관광객 권익 보호'와 '공정거래 질서'는 헛된 수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격 표시 의무, 분쟁 조정, 관광 옴부즈만처럼 현장에서 즉각 작동하는 실천 도구로 치환되어야 비로소 법이 생명력을 얻는다.
나아가 비대해진 진흥법을 해체해 산업과 지역으로 나누는 분법 작업의 좌표도 명확해야 한다. 빈집을 매력적인 숙소로 탈바꿈시키고 골목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엮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1970년대식 규제 안에 가둬둘 명분은 없다. 혁신에는 과감히 길을 터주되, 축제 특수를 노린 차별 응대와 불투명한 거래에는 매서운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신뢰를 깨면 시장에서 도려내는 원칙이 확고해야 행사장의 훈풍이 지역 살림의 항구 수입으로 바뀐다.
외국인 관광객은 아티스트의 이름 하나에 지갑을 열고 낯선 골목까지 스며든다. 그러나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힘은 화려한 무대에만 있지 않다. 합리적인 물가와 깨끗한 잠자리, 거짓 없는 응대, 그리고 이 모든 약속이 지켜지도록 받쳐주는 튼튼한 법이 있어야 한다.
K-컬처가 열어젖힌 창을 정부가 제도 미비로 다시 닫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팬심이 데려온 손님을 한번 스쳐 가는 뜨내기로 흘려보낼 것인가, 평생 다시 찾는 단골로 붙잡을 것인가. 이 당연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인바운드 3000만명 시대도 당당히 입에 올릴 수 있다. 법은 적어도 시장의 변화를 뒤쫓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관광 법제 개편이 그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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