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약탈 금융" 지적에…은행·카드사, 상록수 채권 뒤늦게 매각

  • 새도약기금에 넘겨 추심 중단키로

  • "국민적 도덕 감정에 맞느냐" 비난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설립된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의 장기 연체채권 추심을 두고 "원시적 약탈 금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금융권이 뒤늦게 채권 정리에 나섰다. 겉으로는 서민금융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장기 연체채권을 20년 넘게 별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이중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신한카드, 우리카드 등은 12일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록수는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권이 만든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신한카드가 3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하나은행·IBK기업은행·우리카드가 각 10%,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가 각 5.3%, 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나머지 30% 지분은 대부업체 3곳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이관되면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되며, 이후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 조정과 분할상환이 진행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는 1년 이내 채권이 자동 소각될 예정이다.

그간 이들 금융사는 새도약기금 협약사로 개별 등록해 있으면서도 상록수를 통해서는 참여를 회피해 왔다. 상록수는 사원총회 결의를 전체 주주 만장일치로 규정하고 있어 9곳 주주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채권을 넘길 수 없는 구조다. 금융권의 '잇속 챙기기'에 20여년 전 카드대란 관련 부실채권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다. 상록수 주주사들은 5년 동안 400억원이 넘는 배당금도 따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 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발언 수위를 더 높여 "카드 사태가 몇년 전인데 사람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라며 "이게 국민적 도덕 감정에 맞느냐"고 금융사를 몰아붙였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사들이 만든 주식회사라 주주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참여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이익을 우선시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주주인 금융회사들을 별도로 만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장기연체채권 추심과 관련해 "필요하면 입법을 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상록수 주주들을 만나 새도약기금 참여를 설득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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