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혁신 성과를 낸 직원에게 최대 5000만원의 특별 포상금을 내걸었다. 단순히 생성형 AI 도구를 배포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실제 업무 혁신과 연결한 직원에게 인사 가산점과 파격적 보상까지 제공하며 조직 전체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상형 한글과컴퓨터 이사는 경기 성남시 한컴 사옥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X는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맞게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체질 변화"라며 "중요한 것은 AI에게 어디까지 일을 맡기고, 사람은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가져갈 것인지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현재 AI 크루→AX 챌린저→AX 챔피언으로 이어지는 AX 성장 구조를 운영 중이다. 1단계 'AI 크루'는 누구나 자유롭게 AI 경험을 공유하는 단계이며, 2단계 'AX 챌린저'는 실제 업무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계다.
마지막 단계인 'AX 챔피언'은 가장 뛰어난 AX 성과를 낸 직원에게 부여된다. 한컴은 AX 챔피언에게 특별 포상금 5000만원과 인사 가산점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사내 이벤트 수준이 아니라 AI 활용 경험 자체를 조직 문화와 평가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이사는 2013년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한 후 인프라 아키텍트와 클라우드 아키텍트를 맡았고 올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맡게 됐다. 기존에는 인프라의 확장성과 서비스 연결성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현재는 AI 시대에 맞는 보안과 통제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는 "당시에는 어떻게 시스템을 연결하고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만드는가가 핵심 과제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그 연결을 안전하게 통제할 것인가가 중심이 됐다"며 "AX 환경에서는 AI 도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활용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지난해 말 '전사적 AX'를 선언했다. 기존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이미지를 넘어 AX 전문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 전체의 업무 방식과 역할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이다.
박 이사는 기존 디지털전환(DX)와 AX의 가장 큰 차이로 '역할 이양'을 꼽았다. 그는 "DX는 사람이 수동으로 처리하던 일들을 디지털화해 오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단계였다면, AX는 그 DX 환경 위에서 수행하던 사람의 역할과 권한을 어디까지 AI에게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지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과도기다. AI에게 어디까지 판단과 실행 권한을 줄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국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지점들을 찾는 것이 기업들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컴 내부에서는 AI가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수준까지 확산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전 직원에게 동일한 AI 챗봇 환경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각 부서가 업무 특성에 맞는 AI 에이전트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도입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 이사는 "도구 검토를 시작했을 때 이미 각 부서가 1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를 일괄 통제하면 현업 반발과 승인되지 않은 외부 AI 서비스 사용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컴은 탑다운 방식 대신 현업 중심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직원들의 실제 수요를 먼저 조사한 뒤 기능·보안성·비용·기업 안정성 등을 병렬 검토하는 방식이다. 그는 "조사부터 실제 도입까지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AI 영역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무팀도 코드 본다"…비개발 조직까지 번진 AI 혁신
부서별 접근 방식도 달랐다. 재무 부서는 환각을 줄이기 위한 검증 구조 설계에 집중했다. 숫자와 데이터 정확도가 중요한 만큼 AI가 임의 생성하지 못하도록 데이터 기반 워크플로우를 먼저 구축한 것이다. 반면 콘텐츠 조직은 원하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프롬프트와 실행 구조를 사전에 설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비개발 직군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박 이사는 "예전에는 IT 조직에 요청해야 했던 업무들을 이제는 현업 직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로 구현하고 있다"며 "현재는 인사팀과 재무팀 직원들도 코드 화면을 보면서 어떤 API를 연결하고 어떤 워크플로우를 구성할지 고민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한컴 내부 AX 발표 행사인 'AX 데이'에서는 인사팀 직원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자동 좌석 배치 시스템을 구현한 사례도 공유됐다. 개발 경험이 없는 직원이 AI와 수없이 대화하며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학습했고 별도 개발 조직의 도움 없이 직접 구현까지 완료했다는 설명이다.
한컴은 현재 직원들의 AX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AX 실천 프로세스'도 운영 중이다. 현재 누적 사례는 750건을 넘어섰다. 단순히 "AI를 활용했다" 수준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분석했고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어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는지까지 전 과정을 문서화한다.
예를 들어 기존 10시간 걸리던 업무가 AI 에이전트 도입 이후 1시간 이내로 단축된 과정과 향후 어떤 업무까지 자동화 확장이 가능한지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
박 이사는 "단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AI를 동료처럼 활용하는 경험 자체를 조직 자산으로 축적하고 있다"며 "옆 팀 직원이 AX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조직도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AX는 문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어떤 AI 도구를 쓰느냐보다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재정의하느냐"라며 "한컴은 내부에서 먼저 AX를 실험하고 검증하면서 AI 시대의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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