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에서 증권업계만 유독 '교육세 폭탄'을 맞게 된 배경에는 금융업종 간 과세표준 산정 방식의 형평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동일한 금융·보험업자로 분류되지만 은행의 외환·파생상품 거래와 달리 증권사의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 거래에는 손실과 이익을 상계해주는 손익통산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교육세법상 은행의 외환 매매나 파생상품 거래는 이미 이익과 손실을 통산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교육세를 부과한다. 환전과 환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손익은 구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묶음 거래라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 준 결과다.
반면 증권사의 핵심 영역인 주식 및 집합투자증권(ETF 등)의 유가증권 거래는 손익통산 대상에서 제외된다. 매매 손실은 철저히 배제된 채, 개별 거래에서 발생한 표면상 매매익만 과세표준에 고스란히 잡히는 구조다. 여기에 동일한 교육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시 장기 투자 위주여서 매매 외형 변동이 크지 않은 데다 세 부담 폭증의 도화선이 된 ETF LP 거래 등을 수행하지 않아 이번 이슈에서 비껴가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전반에서 유독 증권사만 과세 폭탄을 맞았다는 불만이 고조된다.
문제는 증권사가 담당하는 주식시장 시장조성자(MM)와 ETF 유동성공급자(LP) 거래의 경우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반 투자와 본질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은 시장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의무적으로 제출한다. 특히 ETF LP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ETF 현물 매매와 동시에 기초자산 주식 바스켓을 사고파는 헤지(위험회피) 거래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가격 위험을 피하기 위한 헤지 거래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증권사가 쥐는 실질 순이익과 관계없이 표면적인 매매 외형(매매익)만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지게 된다.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이들의 거래는 은행의 외환·파생 거래와 유사하고 통산된 순손익이 실질 수익이라는 게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현행 세법은 이를 일반 유가증권 순수 투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손실 상계를 차단하고 있다. 결국 은행의 외환 거래는 순이익에만 세금이 매겨지는 반면 증권사가 시장 인프라 기능 유지를 위해 수행하는 주식 유동성 공급 거래는 손실을 무시한 총이익에 세금이 부과되는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인지하고 일부 대책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월 교육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채에 한해서는 손익통산한 순이익을 수익금액으로 산정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증권사의 국채 거래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국채시장 안정에만 치우쳐 주식 및 ETF 시장은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과 변동성 확대, ETF 시장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MM과 LP의 유동성 공급 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국내주식형 ETF 순자산은 2024년 말 35조원에서 지난 17일 기준 260조원으로 7.4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유동성 공급 역할이 커진 상황에서 매매익만을 기준으로 하는 과세표준과 실질 순손익 간 괴리가 심화됐고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1%의 교육세 최고세율 구간까지 신설되면서 증권사들이 실질 순이익을 웃도는 세부담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LP 거래에 과도한 교육세 부담이 지속될 경우 자본시장 인프라 전체가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호가 간격을 넓혀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 부담과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국채에 손익통산을 먼저 도입했듯 주식 및 ETF 거래에도 조속히 손익통산을 도입해 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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