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수능 서·논술형 도입, 절대평가 전환" 공론화…'공정성 확보·여론 설득'이 관건

  • 이만기 소장 "사고력 증진 긍정적이나, 채점 시비·신종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 우려"

  • 교원단체 "내신 5등급제 안착 전 개편은 시기상조"…평가 기준 등 사회적 합의 절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띄우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겠다는 교육적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입시 전문가와 대학 관계자, 교원단체 등 현장에서는 '채점의 공정성'과 '현실적인 대입 일정'을 이유로 섣부른 도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편안의 성패는 결국 평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의 핵심으로 중·고교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 내신 및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단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 과정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부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의 특성상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가장 큰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답안을 두고 채점자별 점수 차이가 발생할 경우 시험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쓰기와 답안 구조 암기, 첨삭 지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 수 있으며, 학생의 필체나 언어 표현 능력이 교과 역량 이외의 변수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이 소장은 "처음부터 장문의 논술형 문항을 대규모로 도입하기보다는 수학의 풀이 과정형 단답 등 비교적 객관적 채점이 가능한 문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교 3학년 2학기 정상화를 명목으로 제기된 '대입 전형 시기 조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 소장은 수능 이후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서류, 논술, 면접, 합격자 발표 등을 모두 진행할 경우 일정이 지나치게 압축돼 대학의 부실 평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학 입학 현장에서도 대입 일정 압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서·논술형 평가 채점에 대해 "복수 채점은 무조건 해야 하지만, 채점위원 간 점수 격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졌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며 평가 기준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대입 전형 시기를 늦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수능 이후부터 2월까지 일정을 압축해 진행하는 것은 (12월~1월에 집중되는) 대학 편입학 일정이 있다는 걸 간과한 것 같다"며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독일의 ‘아비투어(Abitur)’를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관계자가 언급한 아비투어는 서·논술형과 구술평가를 중심으로 치러지는 독일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이다. 아비투어는 채점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교내 교사와 외부 교사가 참여하는 복수 채점 시스템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채점자 간 점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제3의 채점자나 위원회가 개입해 최종 점수를 조정하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한 시험과 채점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여유 있게 진행된다.
 
즉, 한국 수능에 서·논술형을 전면 도입하려면 아비투어의 사례처럼 채점 격차를 해소할 명확한 합의 기구와 철저한 복수 채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평가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11월~2월로 쫓기듯 압축된 현행 대입 일정 자체의 구조적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원단체들도 이러한 공정성과 현실성 우려를 바탕으로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제 막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전면 적용된 상황에서 내신·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수능까지 한꺼번에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채점 방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사교육 증가 우려 등에 대한 대비 없이 강행되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채점 보조 수단으로 거론되는 AI 평가 시스템 도입에 대해 데이터 보호와 교사의 최종 판단권 보장 등 현장과의 충분한 협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교위의 대입 개편안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전면 도입보다는 충분한 시범 운영과 단계적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 약화가 대학별 고사 부활이나 사교육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위권 대학의 선발 방식과 공통적인 변별 체계를 함께 마련하는 등 촘촘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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