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뛰자 美 저가폰 시장 흔들…삼성·모토로라 점유율 확대

  • 100달러 미만 폰 판매량 64% 감소…200달러폰 약 200% 성장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미국 스마트폰 채널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미국 스마트폰 채널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역성장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주요 제조사들은 오히려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부품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중소 제조사들이 저가폰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100달러 미만 제품 판매는 급감한 반면, 200~300달러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등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1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등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의 전자제품 구매력이 떨어진 데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겹친 영향이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저가 스마트폰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애플과 삼성전자, 모토로라, 구글 등 미국 시장 '빅4'의 2분기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 판매량은 같은 기간 45% 급감했다.

대형 제조사와 중소 업체 간 격차가 벌어진 것은 부품 조달 경쟁력 때문이다. 대형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부품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제조사들은 가격 상승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관세 우려와 선불폰 시장 부진으로 일부 업체가 이미 미국 사업을 축소한 상황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까지 오르면서 저가·저마진 제품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저가폰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분기 미국에서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4% 감소했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초저가 제품의 출하를 중단하거나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한 결과다. 특히 이동통신사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던 저가 스마트폰의 감소폭이 컸다.

반대로 기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200~299달러 가격대는 급성장했다. 이 가격대 시장 점유율은 1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뛰었다. 기존 100달러 안팎에 집중됐던 저가폰 가격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소비 수요 자체가 상위 가격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이러한 시장 변화의 수혜를 보고 있다. 미국 선불 스마트폰 판매량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두 회사는 중소 저가폰 업체들의 부진과 시장 철수 틈을 파고들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동통신사 역시 이탈 고객을 붙잡기 위한 주력 제품으로 삼성 갤럭시 A 시리즈와 모토로라 모토 G 시리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판매 호조 속 가격도 올리고 있다. 모토로라는 2분기 모토 G 시리즈 일부 모델 가격을 인상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7월 갤럭시 A17 가격을 50달러 올렸다. 특히 모토 G 시리즈가 200~300달러대에 자리 잡으면서 해당 가격대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스마트폰 가격 상승 흐름은 하반기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오는 3분기에는 애플 아이폰18 시리즈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애플이 통상 3분기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아이폰 가격이 오를 경우 미국 시장 전체 평균판매가격(ASP)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이폰 판매량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이폰15 시리즈 구매자들의 교체 주기가 돌아오면서 강한 업그레이드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통신사가 가격 인상분을 보조금으로 흡수해 신제품을 무료 또는 이에 가까운 가격에 제공할 경우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도 이달 픽셀11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지난해 픽셀10 시리즈보다 높은 가격대를 적용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반면 저가 제품에 의존해온 중소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선불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시에 100달러 미만에 집중됐던 미국 저가폰의 중심 가격대도 200달러 이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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