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재도 기업도 제주로…영어교육·첨단산업에 잇단 '러브콜'

 
제주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아시아BHA 전경 사진우주성 기자
제주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아시아(BHA) 전경. [사진=우주성 기자]

한때 국제학교 유치에 공을 들여야 했던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이제 투자자들의 학교 설립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도 입주 수요가 기존 단지의 수용 여력을 넘어서면서 제2단지 조성에 나섰다. 인구와 청년층 감소에 직면한 제주에서 교육과 첨단산업이 사람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천구 제주영어교육도시 교육문화처장은 2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Jeju)를 유치할 때는 애원하다시피 했다”며 “지금은 외부에서 먼저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찾아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제주를 동북아시아 교육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조성됐다. JDC는 대정읍 일대 약 379만㎡에 국제학교와 외국대학, 주거·공공시설 등을 갖춘 교육도시를 조성 중이다. 현재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쳐 약 2조93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서는 NLCS 제주와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Jeju),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Jeju) 등 국제학교 4곳이 운영되고 있다. 2025∼2026학년도 재학생은 4144명으로 전체 정원 대비 충원율은 71.9%다.
 
다섯 번째 국제학교인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은 학교 설립 구상을 가진 국내 투자자가 먼저 JDC에 사업을 제안했다. JDC가 해외 학교의 요구에 맞춰가며 유치전을 벌였던 초기와 달리 여러 제안 가운데 학교를 선택하는 쪽으로 구도가 바뀐 것이다. 학교는 지난 4월 착공했으며 2028년 8월 개교할 예정이다.
 
영어교육도시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인규 유입과 지역 경제성장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영어교육도시 활동인구는 학생 4133명과 학교 종사자 1008명, 주민 5717명 등 총 1만858명이다. 영어교육도시가 위치한 대정읍 인구는 2010년 1만6934명에서 지난해 말 2만1621명으로 4687명 늘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뚜렷하다. JDC가 회계법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제학교 학생 1명이 제주도 내에서 창출하는 연간 소득 효과는 7156만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학생 규모에 따른 연간 직·간접 소득창출 효과는 2965억원, 2011년 이후 누적 유학수지 개선 효과는 1조5828억원으로 분석됐다.
 
교육과 함께 제주로 기업과 청년 인재를 끌어들이는 다른 요인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다. 지난해 말 기준 단지에는 카카오와 이스트소프트, 제주반도체, 한국비엠아이, SK시그넷, 노타 등 정보기술(IT)·생명공학(BT)·환경기술(ET) 분야 기업 193곳이 입주했다.
 
입주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8조7411억원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고용인원도 3701명으로 3.2% 늘었다. JDC는 제주 전체 면적의 0.06%에 불과한 첨단단지 입주기업 매출이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32%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유치가 성과로 이어진 배경에는 단지 조성부터 입주 이후 성장까지 직접 지원하는 운영방식에 있다는 것이 JDC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국가산업단지는 조성·분양 후 관리업무를 별도 기관에 넘기지만 JDC는 부지 조성과 기업 유치, 운영관리를 함께 맡고 있다.
 
JDC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시설 ‘제주혁신성장센터 Route330’도 기업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유망기업과 기관 207곳을 유치해 1007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누적 투자유치액도 3438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박재모 JDC 산업육성실장은 “스타트업이 제주에서 성장한 뒤 다시 서울로 가면 제주에는 남는 것이 없다”며 “JDC가 육성한 기업을 제2첨단과학기술단지에 안착시키는 것이 2단지를 조성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제1단지는 산업용지 분양이 마무리됐고 JDC가 보유한 임대공간도 모두 찼다. JDC는 추가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인근 85만2551㎡에 총사업비 3921억원을 들여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35% 이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사전 분양계약을 추진해 2028년 8월 부지 조성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JDC 등에 따르면 제주 청년인구 비중은 2021년 26.8%에서 지난해 23.9%로 낮아졌고, 입주기업들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 첨단단지 종사자 가운데 청년층 비중은 약 37%라고 박 실장은 설명했다. 관광·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JDC 관계자는 “제1·2단지를 연결해 AI 인재양성과 청년문화센터, 기업지원시설 등을 갖춘 ‘JEJU NEXUS’ 복합문화산단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과 첨단산업을 통해 유입된 사람과 기업이 제주에 계속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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