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와 의료관광 등 제도와 시설은 갖춰졌지만 제주 자체의 국제화는 아직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개발사업과 별개로 JDC 본연의 정체성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합니다.”
송석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28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제시한 ‘뉴 JDC’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교육과 국제교류를 통해 제주 전체의 국제적 역량까지 높이는 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날 “최근 저희가 받은 경영평가 성적표는 부끄러웠다”며 “어떻게 하면 JDC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앞서 최근 경영평가 결과를 계기로 지난 6월 말 ‘새로운 시작, 뉴 JDC’라는 경영방침을 선포한 바 있다.
JDC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전담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출범했다. 국제학교와 의료관광, 관광단지 등 국제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사업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분양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이런 방식만으로는 JDC의 역할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토목개발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JDC가 지속적으로 존속하려면 개발한 부지에서 계속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 JDC의 첫 번째 과제는 기존 개발사업의 정상화다. 송 이사장은 이날 “제가 재임하는 동안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와 헬스케어타운 이 두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예래동에 위치한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는 유원지에 요구되는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법원 판단으로 토지수용과 사업 인허가가 무효화되면서 장기간 중단된 상태다.
JDC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원 토지주에게 환매된 토지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현재 사업부지의 약 80%를 재확보한 상태다. 기존 유원지 방식 대신 민간투자가 가능한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주도와 협의 중이다. 송 이사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업방식에 대한 방향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타운도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제한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2단계 공사가 중단됐다. JDC와 제주도는 중국 녹지그룹과 사업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송 이사장은 JDC의 핵심 재원인 지정면세점의 성장세가 꺾인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 연간 약 6500억원까지 증가했던 JDC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약 39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제주 지정면세점은 판매품목이 16개 분야로 한정돼 있고 구매한도도 1회 800달러, 연간 6회로 제한된다. 송 이사장은 스마트안경처럼 기존 분류체계로 취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이 늘고 있다며 규제당국과 제도 개선을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면세사업에만 올인할 수는 없다”며 개발사업과 첨단산업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수익을 확보하도록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신규 수익사업 후보가 AI 데이터센터다. 제주도와 JDC는 제2첨단과학기술단지에 약 40㎿급 공공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순히 산업단지 부지를 분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기업과 함께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해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SK·KT 등이 사업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송 이사장은 전했다.
아울러 현재 ‘제주권 AX 대전환 사업’에 대한 기획용역도 진행 중이다. 연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정부에 본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투자도 확대한다. JDC가 정책펀드에 직접 출자한 시드머니는 현재 약 28억원이다. 국토교통부 승인을 거쳐 약 15억원을 추가 출자하면 직접 출자 규모는 40억원대 초반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JDC는 향후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할 경우, 기관채 발행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 부채 관리가 엄격해진 만큼 사업성과 상환능력을 전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뉴 JDC의 또 다른 축은 개발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제주도민의 국제화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송 이사장은 밝혔다. JDC는 국제학교라는 기존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연결해 도내 중·고등학생을 위한 영어캠프와 국제학교 교류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송 이사장은 “외국인이 길을 물었을 때 도민이 간단한 영어로 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국제자유도시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며 “부동산 개발과 별개로 교육과 교류 같은 소프트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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