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별 세부 구성을 들여다보면 왜곡된 의료 이용 실태와 재정 누수 요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직접 쓰인 ‘개인의료비’는 208조3000억원(전체의 92.6%)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 고지를 넘어선 반면, 예방과 방역 등 공중보건 사업에 투입된 ‘집합보건의료비’는 16조7000억원(7.4%)에 불과했다. 기능별로는 개인의료비 중 외래진료 지출액이 72조6000억원(32.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입원 치료비와 의약품 구입비가 뒤를 이었다. 공급자별로도 상급병원 쏠림 현상과 병·의원 간 매출 격차 확대, 약국 및 치료재료비의 동반 상승세가 뚜렷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만성질환 인구의 폭증, 고가 신의료기술 확산, 과도한 외래 이용을 부추기는 비급여 진료 중심의 시장 왜곡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다.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는 거시경제와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파급효과를 예고한다.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속에서 의료비만 팽창하는 기형적 구조는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건보 재정의 조기 고갈을 앞당겨 국가 재정 건전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세대 간 형평성 훼손도 심각하다. 일하는 청년·장년층이 짊어져야 할 사회보험료와 조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대 갈등의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도 필수의료 기피와 지역 의료 붕괴는 갈수록 악화되는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총체적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의 재원 조달 방식과 지출구조를 근본부터 전면 재설계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건보료 인상이나 세금을 쏟아붓는 국고지원 확대 같은 손쉬운 미봉책으로는 다가올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없다.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커지는 행위별 수가제의 구조적 폐단을 뜯어고쳐 의료 질과 치료 결과를 반영하는 가치기반 수가제와 성과연동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실손보험과 결합해 팽창하는 과잉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망을 구축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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