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자의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애 기여-급여 간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납부 보험료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소득재분배 기능에만 치우친 현행 급여구조는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만큼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제도 혁신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재정·부과체계·급여·기금운용 등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과 소득대체율 상향 등을 담은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된 가운데 가입자의 제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 안전성 확보와 동시에 생애 기여도와 실제 급여 간 형평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모수개혁과 함께 국가의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국민연금법'이 개정됐지만 그해 11월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국민연금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재정기반 △가입유형에 따른 이원적 보험료 부과·징수체계 △사회·경제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연금감액제도 △소득재분배 기능에 치우친 급여구조 △기금운용 거버넌스의 전문성·독립성 부족 등을 꼽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모수개혁과 함께 재정 안정성 및 세대 형평성을 높이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매년 연금급여 인상폭을 결정할 때 물가상승률 외에 기대수명 증가, 가입자 감소 등 인구·경제 변수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징수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소득을 과소신고하거나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현행 신고소득 원칙은 유지하되, 국세청 과세자료와의 연계·검증을 강화하고 신고소득과 확인소득 간 차이가 큰 경우 기준소득월액을 적시 조정하는 '하이브리드형 부과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연금감액제도도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와 노령연금-유족연금 중복급여 감액제도는 변화한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가입자의 생애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관련 감액제도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 기여와 급여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더 많이 낸 가입자가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도록 급여구조도 재설계해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은 균등급여(A값)와 비례급여(B값)를 동일 비중(50:50)으로 반영해 소득수준에 따른 소득대체율 격차가 크게 발생한다. 균등급여(A값) 비중을 축소하고, 비례급여(B값) 비중을 확대해 기여와 급여 간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보험료 성실 납부와 장기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제언이다.
아울러 투자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기금운용 거버넌스도 확립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와 가입자 대표 등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구성돼 외부 의사결정 개입 가능성에 상시 노출됐다. 기금운용위원회는 투자·금융 전문가 중심의 상설기구로 개편하고, 전문적이고 책임 있게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모수개혁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제도의 기본 원칙과 운영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가입자의 기여가 급여에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모든 세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민연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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