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놓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대법관 장기 공석을 이유로 신속한 재제청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이번 주에도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재제청을 요구한 이후 관련 절차와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달 18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지만 부친상 등으로 발표가 미뤄졌고, 지금까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가 재제청의 신속한 진행을 거듭 요구한 이후 첫 출근길에 나선 이날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오랜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노 전 대법관에 이어 이달 7일 이흥구 전 대법관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대법관 2명이 공백인 상태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 요구대로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거나,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든 부담이 적지 않다. 기존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하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사실상 제약될 수 있고, 반대로 추천위를 새로 꾸리면 청와대와의 대립이 한층 선명해질 수 있어서다. 조 대법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들으며 장고를 이어가는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주 예정된 일정도 결단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변수다. 이날 이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6~19일에는 서울에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각각 열린다. 한국이 역대 세 번째로 개최하는 국제행사인 만큼 회의 기간 정치적 파장이 큰 메시지를 내놓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조 대법원장이 이번 주에도 결단을 미루고 아태 대법원장 회의가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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