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홀린 K뷰티③] 중국만 보던 시대 끝…아모레·LG생건, '글로벌 지도' 다시 그린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과거 중국 시장에 집중됐던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의 해외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성장축을 넓히는 동시에 브랜드별 강점에 맞춰 공략 시장을 달리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이 새로운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수출국은 2021년 153개국에서 지난해 202개국으로 확대됐다. 4년 만에 50개국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K뷰티가 수출되는 가운데 수출 지형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2021년만 해도 국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53.2%로 절반을 웃돌았으나,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 강화 및 자국 브랜드 육성 등과 맞물려 지난해에는 17.7%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미국 시장 공략 강화로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 비중은 미국이 19.1%로 가장 높았고, 중국(17.7%), 일본(9.5%), 홍콩(6.1%), 베트남(4.2%)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K뷰티 해외 사업이 중국과 면세 채널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국가별 소비자 취향과 유통 환경이 달라지면서 여러 시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리밸런싱'을 내세워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인도·중동 등을 핵심 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정 국가 비중을 줄이기보다 지역별 성장축을 균형 있게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도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해 한자 서예 로고를 영문 로고로 변경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비했다. 

시장별 접근도 달라졌다. 미국을 글로벌 확장의 거점으로 삼고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외에도 더마뷰티와 클리니컬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 신규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영국을 거점으로 세포라와 부츠 등 주요 유통망 기반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은 설화수 백화점 채널 진출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과거처럼 외형 확대보다는 사업 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설화수와 려를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더우인과 티몰, 징둥 등 현지 플랫폼과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장기 글로벌 방향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데 있다"며 "브랜드 특성과 시장 기회에 따라 우선 시장을 달리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도 브랜드별 강점에 맞춘 지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더후는 중국, CNP·빌리프·더페이스샵·닥터그루트는 북미, 유시몰은 일본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마케팅 방식도 시장별 특성에 맞춰 세분화했다. 북미에서는 CNP를 앞세워 더마코스메틱 전문성을 강조하며 얼타뷰티와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핵심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서 더마뷰티의 핵심인 기초·선케어 비중은 70% 안팎이다.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K뷰티의 91%가 기초·선케어에 집중돼 있다. LG생활건강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CNP를 북미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는 배경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 더후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상하이에서 더후 글로벌 론칭 행사를 연 것도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핵심 시장으로, 더후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북미는 K뷰티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시장으로 유통사 입점 등을 확대하며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브랜드 가치 중심의 글로벌 운영을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럭셔리뷰티와 더마&컨템포러리뷰티, 네오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HDB 등 5개 사업부 체제로 운영되며, 신설한 네오뷰티사업부는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글로벌 하이테크 뷰티 헬스케어 브랜드로 육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시장 하나만 잘해도 해외 사업이 성장했지만 지금은 여러 시장을 동시에 키워야 하는 구조"라며 "국가별 소비자 특성과 유통 환경에 맞춰 브랜드를 운영하는 역량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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