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고 반드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사이콜로지(Current Psychology)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크로쿠오레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지난 2일 청소년·청년의 연애 관계에서 공감과 감정조절, 관점 수용 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심리학 데이터베이스인 사이코인포와 스코퍼스, 웹오브사이언스에서 2014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발표된 연구를 검색했다. 총 701건 가운데 중복 자료를 제외한 414건을 검토하고, 이 중 81편의 전문을 확인해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 26편을 최종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주로 14~35세의 청소년과 청년이었다. 초기 연애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참여자 대부분이 결혼했거나 동거 중인 연구와 임상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 등은 제외했다.
분석 결과 공감의 효과는 감정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보다 그 반응이 상대와 자신 중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상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공감적 염려'는 높은 관계 만족도와 건설적인 갈등 해결 방식에 일관되게 연결됐다.
반면 상대의 고통을 접한 뒤 자신이 불안과 스트레스에 빠지는 '개인적 고통'은 낮은 관계 만족도 및 부정적인 갈등 해결 방식과 연관됐다. 공감에 관한 결과는 7개 연구에서 나온 10개 효과 추정치를 토대로 했다.
스스로 공감 능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가 실제로 이해와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할 가능성도 나타났다. 일부 연구에서는 상대가 평가한 공감적 태도가 관계 만족도와 연결됐지만, 당사자가 스스로 평가한 공감적 염려는 만족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감정의 영향을 바꾸는 '인지적 재평가'와 적응적인 감정조절은 관계 만족도 및 건설적인 갈등 해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눌러두는 '표현 억제'에서는 반대 경향이 나타났다. 관련 효과 추정치 8개 가운데 5개가 관계 지표와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였고 긍정적인 결과는 없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표현 억제와 관계 만족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아 상황과 문화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남았다.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수용'을 다룬 5개 연구에서도 관계 만족도와 문제 해결, 갈등 조정 등과 긍정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 부정적인 직접 효과를 보고한 연구는 없었다.
다만 상대의 생각과 의도를 추론하는 '마음이론'을 청소년·청년의 연애 관계에서 직접 조사한 연구는 2편에 불과했다. 공감과 감정조절, 마음이론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도 아직 직접 검증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공감하면 연애를 잘한다'거나 '감정을 숨기면 관계가 나빠진다'는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포함 연구 가운데 횡단면 연구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비대표성 편의표본을 사용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연구마다 설계와 측정 방법이 달라 효과크기를 합산하는 메타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각 결과의 방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중심으로 종합했다.
대상 연령이 14세부터 35세까지로 넓고 연구가 유럽과 미국에 편중됐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일부 연구는 연애 관계를 친구나 가족 등 다른 친밀한 관계와 완전히 분리하지 못했다. 공감과 감정조절 같은 능력을 디지털·기술 매개 연애 관계에서 살핀 연구도 없었다.
이번 문헌고찰은 공감의 양만큼이나 공감의 형태가 중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대를 향한 염려는 긍정적인 관계 지표와 연결됐지만, 상대의 고통 앞에서 자신이 압도되는 반응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다. 함께 아파하는 것과 상대의 아픔에 휩쓸리는 것은 같은 공감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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