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대 특성화 선도대학 사업(FIRST)' 발표 임박…비(非)글로컬 사립대 생존 사활
김준환 기자입력 2026-10-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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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5개교 내외 연 50억씩 5년간 최대 250억 집중 투입…다음 주 초 또는 중순 발표 유력
정원 3% 순감축·법인 셈법 '제각각'…중대형 사립대 실익 계산 속 '옥석 가리기'
교육부 "발표 일정 조정일 뿐"…늦어진 집행에 '이월 한도 완화' 요구 비등
교육부가 추진하는 FIRST(Flagship Initiative for Regional Specialized University Transformation) 사업은 비수도권 사립대 약 15개교를 선정해 대학당 연간 평균 50억 원씩, 5년간 최대 250억 원을 집중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아주경제 DB]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비수도권 일반 사립대의 명운을 가를 ‘2026년 지방대학 특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FIRST 사업) 최종 지원대학 선정이 임박했다. 글로컬대학30 지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비수도권 일반 사립대학들이 ‘마지막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FIRST(Flagship Initiative for Regional Specialized University Transformation) 사업은 비수도권 사립대 약 15개교를 선정해 대학당 연간 평균 50억 원씩, 5년간 최대 250억 원을 집중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선정 대학에는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을 통한 규제 특례가 일괄 부여돼 교원 공개채용 예외, 정년 유연화, 대학 간 기자재 교환 및 공동교육과정·공동학위제 운영 등 파격적인 학사 자율권이 제공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글로컬대학 지정교 원천 배제’ 조항이다. 5년간 1000억 원 안팎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과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던 비(非)글로컬 사립대에 독자적인 회생 통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대학가에서 이번 사업을 사실상 ‘축소판 글로컬 사업’으로 부르는 이유다.
최종 발표 왜 늦어졌나…‘부처 이견’보다 선정 규모 선별과 ‘선정선 조율’ 무게
당초 교육부는 8월 사업계획서 접수 및 9월 대면 평가를 거쳐 9월 말경 결과를 공표할 계획이었으나, 10월 초 현재까지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종 결과는 빠르면 다음 주 초중순이나, 15일경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발표가 한 달가량 순연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감축률 구간 조율’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현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이미 3% 기본 감축과 4~5% 이상 추가 감축에 따른 가산점 구간 및 지원액 연동 기준은 공고 단계에서 확정된 사안인 만큼, 실제 심의 지연의 본질은 ‘15개교 내외’ 선정 대학 수의 최종 커트라인을 결정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지방 사립대의 한 특성화 사업단장 A교수는 “정원 감축률과 연도별 가산점 체계는 이미 세부 기준이 확정돼 공모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단계는 아니”라며 “그보다는 한정된 1차년도 예산 내에서 13개교만 선정할지, 15개교를 꽉 채울지 등 최종 선정 규모와 탈락선(Cut-line)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A교수는 이어 “사업 성격상 1차년도 사업비를 연내에 집행해야 하는데, 발표가 지연되면서 불용이나 과도한 이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교육부로서도 지원 대학의 면면과 재정 투입 계획을 최종 점검하느라 일정이 늦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 관계자는 “당초 9월 예정이긴 했으나 보도자료 배포 시점 조율 등 행정적 일정 조정일 뿐, 부처 간 이견이나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선정 대학 수와 구체적인 결과는 내주 초 발표를 통해 확인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권역별 엇갈린 셈법과 판도…‘정원 감축 실익’ 둘러싼 치열한 물밑 수싸움
수도권 대학(64개교)이 원천 제외된 가운데, 비수도권 일반 사립대들은 권역별 입지 여건과 대학 규모에 따라 뚜렷한 셈법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입생 충원에 만성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남권 대학들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권에서는 호원대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으며, 전남·광주권에서도 복수의 대학이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 군산시 소재 호원대의 경우 23개 전체 학부(과)가 특성화를 추진 중인 강점을 살려, K-컬처(실용음악·공연미디어·K-뷰티·호텔외식 등)에 AX(인공지능 전환)를 융합한 ‘탑티어 K-컬처 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나형 호원대 기획처장은 “지역 대학의 위기 속에서 구성원 설득과 의견 수렴을 거쳐 정원 감축 계획을 반영했다”며 “국립대 무상 등록금 추진과 사립대 규제 속에서 재정난을 극복하려면 특성화 사업 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충청권과 대경권, 부울경 등 타 권역에서는 대학별로 유불리 계산에 따른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각 대학이 보안 속에 신청을 완료해 최종 지원 여부가 베일에 싸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특히 ‘편제 정원 규모’가 신청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 학년 입학정원이 2000명이 넘는 중대형 사립대의 경우, 연간 50억~60억 원 수준의 사업비를 받기 위해 학과 구조개편과 3% 이상의 입학정원 감축을 영구적으로 단행하는 것은 오히려 등록금 수입 측면에서 실익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수시 경쟁률 추이와 입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법인 재단이나 학내 구성원의 반대로 막판에 지원을 접거나, 반대로 절박함 속에 승부수를 던지는 등 학내 갈등과 물밑 셈법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대구·경북권은 대구대·영남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대학들까지 사업 참여를 다각도로 검토하며 긴장감이 감돌았고, 부산·울산·경남권은 동아대·동서대, 울산대, 인제대 등 주요 대학이 이미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터라 동명대, 동의대, 신라대 등 비글로컬 대학들이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표=교육부]
늦어진 사업 개시…“성과 중심 사업 특성 감안해 ‘이월 한도 대폭 완화’해야”
FIRST 사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선정 이후의 ‘집행 현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절박하게 나오고 있다. 당초 상반기 추진이 거론됐던 사업이 10월 중순에야 최종 결과가 나오게 되면서, 1차년도 사업비를 실제 집행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두세 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울경권의 한 사립대 B 기획처장은 “FIRST 사업은 단순 운영비 지원이 아니라 강도 높은 성과지표 달성과 공간·교육과정 혁신이 수반되는 구조개편 사업”이라며 “실례로 캠퍼스 공간 혁신만 하더라도 설계와 공사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 연말까지 남은 2~3개월 안에 50억 원 안팎의 예산을 무리하게 소진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B 처장은 “자칫 촉박한 집행으로 예산 낭비나 부실 운영이 빚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 적용 당시처럼 사업비의 60~70% 수준까지 이월을 폭넓게 허용하는 파격적인 지침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대신 다음 학기 내에 차질 없이 집행하도록 단서를 두는 등 현장 중심의 유연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사업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소수 지역대학만을 선별하는 ‘핀셋형 특성화 지원’이 기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반재정지원 취지를 훼손하고 대학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FIRST 사업의 특성화 모델이 향후 추진될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Anchor)’ 등 타 지자체 연계 사업과 기능적으로 중복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주열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총괄협의회 회장(남서울대 교수)은 “지역 15개 내외 대학에만 예산을 집중하는 선택적 특성화 방식보다는, 모든 대학이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체질 개선을 완수할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대폭 확충·강화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어떤 경우에도 특성화 사업 예산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에 포함해 연계함으로써 각 대학이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본 재정지원의 뼈대를 든든히 지켜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