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출범 100일, '부·울·경 통합'에는 온도차

  • 박완수 경남지사 "부산·울산 동의하면 즉시 추진"...기존 행정통합 로드맵 유지

  • 전재수 부산시장, 특별연합 선행론 속 재정분권 현실성 지적

  • 강무길 부산시의회의장 "800만이 살길은 통합"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원 전재수 부산시장사진박연진 기자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원, 전재수 부산시장[사진=박연진 기자]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 논의가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서도 추진 방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기존 행정통합 로드맵에 따라 조속히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부산시는 특별연합을 거쳐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단체장 중심의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자 광역의회 차원의 협력에 나섰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지난 9월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드러난 뒤 지난 6일 경남도지사 기자간담회와 8일 부산시장·부산시의회 의장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행정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의 순서와 재정권 확보, 협력체계 구성에서는 서로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 열린 부울경 정책협의회에서 전재수 부산시장은 특별연합을 먼저 구성한 뒤 행정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언론, 지역 정계 등 일각에서는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행정통합 우선론과 전 시장의 특별연합 선행론, 김상욱 울산시장의 신중론이 맞서면서 통합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정통합론에 온도차가 있음을 평가했다.

당시 3개 시도는 초광역 경제권 구축과 공동 현안 해결의 필요성에는 뜻을 모았지만, 행정통합과 특별연합 가운데 어느 방식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행정통합 로드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 지사는 “지금이라도 부산·울산시장이 통합하자고 하면 지금 바로 일정을 진행하고 싶다”라며 행정통합을 조속히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또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먼저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기존 광역자치단체 위에 또 다른 행정조직을 설치하는 방식이 행정적·재정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별도의 협력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행정통합을 직접 추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박 지사는 부산·울산과 충분한 협의 없이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지역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행정통합에 대한 기존 방침을 유지하면서 다른 단체장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의회 “단체장 논의 진척 체감 못 해”...의회 차원 협력 추진
8일 부산광역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제10대 부산시의회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무길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의원들이 향후 의정활동 방향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8일 부산광역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제10대 부산시의회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무길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의원들이 향후 의정활동 방향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연진 기자]

이틀 뒤인 8일 부산시의회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단체장 중심의 행정통합 논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은 부울경 통합에 관한  질문에 “언론을 통해서는 통합을 주장하고 신문에 나고 있지만 제가 그렇게 체감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과거 부울경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정치적 구성이 비슷했던 시기에도 통합 논의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9월 29일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만나 단체장들에게만 맡겨서는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 울산, 경남이 살 길, 800만이 살 길은 통합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는 이달 중 부울경의회 광역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국비 확보, 공공기관 이전, 미래산업 육성, 광역교통망 확충, 에너지 생태계 조성 등 9개 분야에서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강 의장은 통합 이후 지방의회 운영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의 통합 추진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부산·경남의 물 문제와 에너지 분야 등 협력이 가능한 현안부터 풀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부산과 울산·경남의 이해관계가 모든 분야에서 일치하지 않는 만큼 구체적인 공동사업을 통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재수 시장, 행정통합에 '국세·지방세 배분 문제' 거론
사진박연진 기자
전재수 부산시장[사진=박연진 기자]

같은 날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해양수도 부산을 중심으로 한 시정 구상과 공약 실천계획을 제시했다.

부산시가 공개한 민선 9기 공약 실천계획에는 4대 도시목표와 122개 세부사업이 담겼으며, 총사업비는 35조 5250억원이다. 북항 기능 재배치와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울경 30·60분 이동 혁신(TRX) 등 초광역 경제·교통권 구축과 관련된 사업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주요 공약 목록에서는 특별연합 출범 시점이나 행정통합으로의 전환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부울경 행정통합에 관한 별도 현장 질문을 받자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 구조를 거론했다.

전 시장은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6대 4로 조정하는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6대 4 조정안은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핵심 목표였던 재정분권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 물리적인 행정구역 통합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재정적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되어야만 실질적인 통합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전 시장은 부산시의회 주도로 추진 중인 부울경 의회 차원의 초광역 협력에 대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전 시장의 통합 관련 발언은 재정분권 목표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관련 주체 간 협의의 필요성은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울경 통합 논의는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지나면서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공감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식과 재정권 배분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경남도가 기존 행정통합 로드맵을 유지하는 가운데 부산시가 특별연합의 출범 시점과 단계별 추진계획을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을지, 3개 시도의회가 추진하는 광역발전협의회가 단체장 간 이견을 좁히는 협력 창구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논의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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