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비만약 한미약품의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후발주자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페가 '주 1회 주사'로 이미 양강 체제를 구축한 위고비·마운자로와 맞붙는다면, 다른 국내 기업들은 투약 주기와 제형, 작용 기전을 차별화해 틈새를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한미약품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에페'를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했다. 한미약품은 이르면 이달 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산 1호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등장을 계기로 후발 주자들의 개발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앞서 추격 중인 곳은 HK이노엔이다. 2024년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cAMP(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 편향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신호 전달 선택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허가에 이어 올해 3월 비만 적응증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투약 주기를 늘린 장기 지속형 주사제 경쟁도 시작됐다. JW중외제약이 지난 4월 중국 간앤리에서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보팡글루타이드'는 2주에 한 번 투여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중국 임상 3상에서 52주 투여 후 48mg 투여군의 체중 감소율은 18.54%였다.
JW중외제약은 지난 8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적응증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잇따라 식약처에 신청했다. 비만 3상은 오는 12월 시작할 계획이다. 투약 주기가 주 1회에서 2주 1회로 늘어나면 연간 투약 횟수가 52회에서 26회로 절반으로 줄어든다.
동국제약이 개발 중인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후보 'DKF-MB501'은 한 번 투약으로 3개월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제형이다. 현재 제제·비임상 연구 단계에 있으며,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주사 제형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DWRX5003'은 세마글루타이드를 담은 마이크로니들을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다.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고, 지난 5월 첫 시험 대상자 등록이 완료됐다.
일동제약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1회 복용하는 'ID110521156'은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4주 투여 후 200mg 투여군은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상용화까지 효능만큼 가격과 보험이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비만학회 학술지 '비만(Obesity)' 발표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 치료를 중단한 환자 288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47.6%가 비용·보험 문제로 치료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경제적 부담이 비만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인 상황에서 약가에서의 경쟁력이 증명된다면 점유율 상승 트리거가 될 수 있다"며 "에페 역시 시판된 비만치료제 대비 가격에서 이점을 내세운다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4년 2426억원 규모였던 시장은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현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약 86%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내 '에페'까지 시장에 합류하면 양강 구도가 3파전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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