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럽 대륙을 강타한 극심한 폭염으로 유럽 주요 도시에서만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지구 온난화가 공중보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올해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유럽 30개국 854개 도시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수는 총 5만 391명으로 집계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는 최근 26년 사이 집계된 기록 중 최다 수치로, 대형 피해를 냈던 2003년과 2022년의 폭염 당시 사망 규모를 현저히 뛰어넘는 수치다.
전례 없는 고온 현상… 기후변화 영향이 사망자 3분의 2 차지
연구진은 폭염과 일별 사망률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 모형을 활용해 기후변화가 없었을 상황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3만 2,600여 명이 화석연료 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기후변화의 기여도가 약 40%였던 점과 비교하면 온난화의 여파가 한층 심화했음을 보여준다.
피해는 남유럽과 서유럽에 집중됐으나, 상대적으로 서늘한 영국 등 북유럽 지역에서도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65세 미만 수천 명 사망… '침묵의 살인자' 경고
이번 연구에서는 폭염의 위험이 전 연령대에 걸쳐 적용된다는 점도 부각됐다. 연령별로는 85세 이상 고령층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지만, 65세 미만에서도 수천 명이 숨졌으며 20~44세 청장년층 사망자 역시 800여 명에 달했다.
라켈 누네스 영국 워릭대 부교수(보건환경학)는 "폭염은 충격이 즉각 눈에 띄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지만 극심한 더위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증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연령대의 높은 사망률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보고서를 낸 직후이자, 튀르키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앞두고 공개돼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클레어 반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원은 "2026년 여름은 유럽이 경험한 역대 가장 위험하고 무더운 여름이자 온열질환 사망 면에서도 역대 최악"이라며 "우리가 화석연료를 쓰는 습성을 버리기 전까지 점점 더 뜨겁고 위험한 여름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통계 수치 너머에는 목숨을 잃은 실제 사람들과 슬퍼하는 실제 유족들이 있다"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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