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로에 선 미국 경제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48명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70%가 미국 경기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거나 올해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블룸버그에서 최근 주요 기관들을 상대로 향후 12개월 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51.0%에 불과했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이번 10월 중에는 90.0%로 급등해 더욱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경기순환상 후퇴기를 지나 침체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실제 데이터 상에서도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필자는 통상 시장에서 널리 인정되는 경기 침체 시그널로 판단되는 징후들을 크게 네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경제성장률이 전분기연율 기준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경우이다. 최근 미국 GDP는 지난 07년 4/4분기 한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올 상반기 동안 성장세를 이어가 이미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단, 지난 2001년 경기 침체 당시 한 분기씩 간격을 두고 세 차례 걸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 경제는 분명 경기 침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둘째, 향후 3~6개월 뒤의 경기를 예측하는데 용이한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비 기준으로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최근 경기선행지수는 2개월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며 경기 전반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 9월 지표 역시 전월비 하락세가 유력해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실물경기가 빠르게 경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체감지표가 장기간 수축국면을 이어가는 것도 경기 침체 징후로 해석 가능하다. 양 대 체감지표로는 제조업 및 서비스경기를 대표하는 ISM 제조업 및 비제조업지수가 있는데 이 중 ISM 제조업지수가 최근 2개월 연속 급격히 악화되며 시장 불안감을 확대시키고 있으나 미국경제의 약 80~90%의 비중을 차지하는 ISM 비제조업지수는 최근 2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이어가 적어도 오는 3/4분기 중에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암시한다.

   넷째, 증시 및 민간소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대표적 고용지표인 월간 신규고용(농업외)이 지난 6월 이후로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하반기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GDP 내 7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 전망이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경우를 살펴볼 때 체감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경기 침체 징후가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난 07년 4/4분기를 기점으로 경기순환상 후퇴기에 접어든 미국경제가 경기순환상 침체 국면 진입 단계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 경험상 증시는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미 주택경기 바닥권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고 금융시장 불안은 역대 전례 없는 구제조치방안에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금융시장 실물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확대되고 있음이 각종 주요 경제지표에서 확인되고 있어 금융시장 멀지 않은 시점에 가라앉는다 해도 실물경기 회복이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미국 경제는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투자 전반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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