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산업의 본격적인 발전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국내 보험산업이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선진 보험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함께 독립법인대리점(GA)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제조자(보험사) 위주에서 판매자 위주로 축이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국내 GA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표 기업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법인보험대리점 수만 3700여개. 모집사용인 100인 이상인 대형법인대리점만 130개. 1000명 이상의 모집사용인이 활동하는 대형법인만 8개.
국내 독립법인대리점(GA) 업계의 현주소다. 본격적인 도입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GA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A 성장에 따라 모집사용인은 10만명을 넘어섰으며 2008 회계연도 상반기 법인대리점의 모집실적은 생명보험 4조5000억원, 손해보험 3조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익만 1조382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GA가 보험산업에서 차지하는 실적은 전체 법인대리점의 34.7%(생보), 32.5%(손보)였다. 수수료 수익은 법인대리점의 50%에 육박했다.
업계에서는 보험회사 임직원 및 남성설계사들이 퇴직 후 법인보험대리점을 개설하면서 설계사 및 소규모 보험대리점들을 통합하고 있는 것이 최근 GA 시장의 팽창 요인으로 보고 있다.
GA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금융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보험업계는 보험사 지향적이 아니라 고객 지향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전체적인 대세는 전문화와 겸업화"라고 밝혔다.
안 연구위원은 "과거 보험사의 안일한 사업 시스템이 훌륭한 설계사 위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만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 보험산업이 제조업(보험사)에서 판매자 위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안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의 전체적인 그림 자체가 판매자 쪽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영국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보험산업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GA들의 성장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손보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는 매달 1급 호텔에서 주요 GA들을 대상으로 조찬 세미나를 열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의 매출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GA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화재 고위 관계자는 "아직 GA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업계의 흐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몇 년 뒤를 내다보면 GA에 대한 투자와 관리는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A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대형 GA와 보험사간 수수료 경쟁이 일고 있고 선지급 수당 관행이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수장치가 적절히 기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독립판매채널의 의존도가 50% 이상이지만 환수장치가 100% 가동되고 있어 선지급 수당에 대한 문제는 없는 상태다.
2010년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 도입도 보험업계와 GA의 이슈다.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한 기업이 생기면서 내방형 판매조직을 통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앞으로 한 개의 기업 또는 매장에서 보험은 물론 예금과 펀드, 대출, 카드 등 '원스톱 종합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 제도 시행으로 보험업계는 물론 금융산업 전체의 판매 채널이 바뀌는 것이다.
매출기준 국내 GA업계 1위인 에이플러스에셋의 곽근호 대표는 "GA들은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 "정책당국 역시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GA를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금융상품판매전문회사로 직접 나설 경우 파괴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과 금융기관이 금융상품전문판매회사를 직접 운영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가장 위력적일 수 있다"면서 "방카슈랑스를 넘어서는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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