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생명보험사 1호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주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인 17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1만4000~1만500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양생명이 업계 중위권으로 상장 프리미엄이 크지 않은 데다, 기업 가치도 시장 기대보다 높게 책정돼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주가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현재 동양생명의 주가는 1만4200원으로 지난달 8일 상장한 이후 1만5000원대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20년 동안 이어져 온 생보사 상장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동양생명 입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상장을 기대했던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대형사에 비해 동양생명의 규모가 작아 애초부터 상장 프리미엄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박석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직 시장이 동양생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생보업계 중위권 업체로 프리미엄을 기대할 만한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에 비해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1만7000원을 놓고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논란이 있었고 현재 시장의 조정을 받고 있는 단계"라며 "현재 주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은 생명보험이 장기 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내재가치를 강조하지만 최근에는 손해보험사들도 내재가치를 다 발표하고 있다"며 "동양생명의 내재가치가 현대해상 등 손보업계 2위권 업체들보다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내재가치(Embedded Value)를 주가로 나눈 비율인 주가내재가치비율(P/EV)을 살펴보면 동양생명은 1.39배로 자산 규모가 비슷한 현대해상(0.99배), 동부화재(1.19배) 등보다 높은 편이다.
박 연구원도 "현재 자산 규모나 이익창출 능력 등을 감안했을 때 동양생명의 적정 주가는 1만3000~1만5000원대"라고 말했다.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 다른 생보사의 추가 상장이 동양생명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 연구원은 "다른 생보사의 상장은 동양생명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장을 준비 중인 생보사들도 동양생명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가 상장하면 생명보험주에 대한 관심이 대형사로 쏠릴 수 있다"며 "동양생명 입장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동양생명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SK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의 상장 시기에 증시가 조정을 겪은 만큼 현재 주가 수준은 선방한 축에 든다"며 "아직까지 생보사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상장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48% 가량 높이는 등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최근 시중금리 상승세에 맞물려 동양생명의 보유 자산 가치가 늘어날 경우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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