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통화정책 결정기관인 한국은행의 딜레마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경제성장률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물가 상승률도 기울기를 높이는 등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발 위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며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도 아직 저금리를 바라고 있어 금리 인상 시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 기준금리 동결 전망… 한은을 압박하는 것들
우선 한은은 10일 열리는 6월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6개월 연속 동결할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가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및 신용도 문제는 남유럽에서 시작돼 동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유로존의 문제는 어느 국가에서 위기가 촉발돼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아직 전세계는 이 지역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지난 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96.4%가 기준금리를 동결로 전망했다.
하지만 만약 유럽발 위기가 없었다면 한은이 금리를 올렸을까라는 전제를 깐다면 어떨까. 그래도 기준금리가 동결됐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저금리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은 2분기 경기지표 발표 전까지 (행동을) 기다려야 한다"며 금리인상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 금리 올려야 하는데… 3분기 인상 가능성은?
한은은 현재 강한 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물가안정이 설립 목적인 한은으로서는 현재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8.1%를 나타냈다. 2.0%의 기준금리와의 갭은 6.1%에 달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뛰어 올랐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도 1년 4개월(전년대비)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현재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금융위기 전 기준금리는 5.25%로 지금보다 3.25%포인트나 높았다.
때문에 유로존 문제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루다 정책의 타이밍 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기에는 현재 유럽 변수가 워낙 강하고, 정부와의 관계도 껄끄럽다.
다만 3분기 이후에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보통 생산자물가 상승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5월 생산자 물가는 7~8월께 소비자물가를 압박한다.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 할 경우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에 충분한 논거가 부여된다.
또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사무총장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지난 1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실어준다.
이 밖에 경제 외적으로 재보선이 7월 28일 실시돼 한은으로서는 3분기 금리 인상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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