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는 연중 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5일에도 발광다이오드(LED)주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발표해 1800돌파를 가로막은 바 있다. 이 탓에 오를 만 하면 외국계가 초를 친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계 다이와증권은 9일 LG디스플레이가 패널가격 약세로 마진축소가 임박했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패널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3분기 영업이익률이 2분기 11%보다 하락해 한자릿 수 초반을 기록할 것이란 것이 다이와 측 설명이다.
전날엔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가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반도체 업계가 사상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업황 둔화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계 투자회사인 UBS는 삼성전자에 대해 PC수요는 예상보다 적고 유통업체 재고는 생각보다 많다며 이런 과잉공급 문제는 최소 내년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LG전자는 신형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미 스마트폰 시장을 따라잡기엔 늦었고 차별성마저 돋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탓에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주가는 당장 곤두박질쳤다.
연나흘 강세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는 보고서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이틀간 3% 떨어졌다. 하이닉스도 발표 이후 이틀 사이 4% 가량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혹평한 3종목 삼성전자(시총비중 12.59%), LG전자(1.47%), LG디스플레이(1.33%), 하이닉스(1.23%)는 모두 국내 증시 시가총액 20위 내에 꼽히는 대형주들이다.
앞서 코스피가 연중최고점을 기록하던 지난달 5일에도 JP모건은 삼성전기가 마진율 둔화로 올 3분기 이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춰잡았다.
당일 1797.42로 1800선 코끝까지 갔던 코스피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9%대 하락하면서 결국 1780선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이처럼 오를 만하면 외국계가 소금을 뿌리면서 코스피 하락을 부추기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 관점은 뚜렷히 다르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향후 IT 수요가 약하다고 해도 현재 국내 IT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만큼 매도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계 증권사들이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아 차익을 챙기는' 공매도를 위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기가 공매도 1위 종목에 올랐기 때문이다. 7월엔 당시 외국계 매도보고서 철퇴를 맞은 하이닉스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게다가 최근엔 이틀새 혹평이 이어진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주에 공매도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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