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고요하던 태릉선수촌 한구석에서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배구 대표팀이 15일 소집하고 나서 처음으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날 훈련은 지명 엔트리 12명 중 10명만이 합류한 채 이뤄졌다.
주전 세터 최태웅(현대캐피탈)은 다친 무릎을 재활하느라 참가하지 못했고, 문성민(현대캐피탈) 역시 전날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벌금을 물게 되면서 심리적인 충격을 추스르느라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대표팀 신치용(삼성화재) 감독은 문성민의 징계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어떤 상황이 됐든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훈련을 시작하며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소속팀을 명문 구단으로 만들어낸 신 감독답게 대표팀 훈련은 수비 조직력에 중점을 뒀다.
간단한 달리기와 스트레칭을 마친 선수들은 곧장 서브리시브 훈련을 시작했다.
수비 부담이 적은 라이트 포지션인 박철우까지, 선수들은 예외 없이 30분 넘게 서브리시브를 다듬었다.
코치진이 70~80㎝ 높이의 평상 위에 올라가 때려대는 서브를 번갈아 받아내는 선수들은 금방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실수가 나올 때마다 자세를 지적하는 신치용 감독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선수들의 수비 훈련은 끝없이 계속됐다.
공격을 연습할 때에도 6명이 코트에 모여 서브리시브부터 토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거쳐서야 공을 때릴 수 있었다.
신 감독은 "조직력을 끌어올리고자 공격 훈련을 할 때에도 6명을 코트에 세워두고 실제 시합처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이어 "이란, 일본, 중국과 경기에서는 서브리시브에서 승부의 절반은 결정된다"면서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각자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이들인 만큼 수비는 준비가 덜 돼 있다. 게다가 유럽이나 남미에 비하면 한국 선수들의 서브가 약하기 때문에 더욱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비 못지않게 신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정신력이다.
신 감독은 "요즘은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투지 등 정신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들이 투지가 부족하면 애초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대화와 소통'을 제시했다.
"감독의 말이 잔소리가 되면 안 된다. 매일 아침 선수들과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이 끝날 때마다 미팅을 하면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 좋은 글이 있다면 적어서 나눠주는 등 선수들이 직접 느끼게 하여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신 감독은 이렇게 우선 기본기와 정신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훈련의 첫 단계로 잡고 있다.
이어 10월 초부터 세트플레이를 가다듬고, 13일 떠나는 프랑스 전지훈련에서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실전에 적용해보고 나서 최종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아시안게임 3연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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