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세 이민족이 `한 지붕 세 가족' 형태를 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의 선거에서 민족 통합 진전과 중앙정부 권한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내전을 겪은 보스니아는 1995년 데이턴 협정에 따라 형식적 권한을 지닌 중앙정부(BiH)와 실질적 자치권을 지닌 이슬람계-크로아티아계 연방(FBiH)과 세르비아계 스르프스카 공화국(RS)으로 구성돼 있다.
보스니아 선거관리위원회(CIBiH)는 6일 94%의 투표가 집계된 가운데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3개 민족 대표로 구성된 중앙정부 대통령위원회 선거에서 바키르 이제트베고비치(민주행동당.SDA) 후보가 34.8%를 득표, 이슬람계 대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민족주의자인 하리스 실라지치 현 대통령위원은 24.9%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쳐 재선에 실패했다.
이제트베고비치 후보는 유세 기간 민족 통합된 보스니아로 나가려면 민족 간 대립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건파로 분류된다.
크로아티아계 대표에는 `다민족 보스니아'를 주창해온 사회민주당(SDP) 소속 젤리코 콤시치 현 대통령위원이 60.9%를 얻어 당선됐다.
남은 세르비아계 대표에는 네보샤 라드마노비치(독립사회민주연합.SNSD) 현 대통령위원이 49.8%를 얻어 46.9%를 얻은 믈라딘 이바니치(스르푸스카를 위한 연대.PDP) 후보를 앞섰다.
라드마노비치 후보는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분리 독립을 주창해온 강경 민족주의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르프스카 공화국 총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 대통령위는 이슬람계-크로아티계는 온건파, 세르비아계는 강경파가 차지하는 구도가 됐다. 대통령위는 위원 3명이 위원 순번제로 8개월씩 의장을 맡는 최고기구다.
이번 선거에서 민족주의자인 실라지치 현 대통령위원이 패배함에 따라 중앙정부 대통령위 차원에서는 민족 통합을 위한 여건이 다소 나아진 셈이다.
그러나 보스니아가 다민족 통합 국가로 나아가는 실질적 동력은 스르프스카 공화국 내 정치 지형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민족 통합과 정치 개혁에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세르비아계 실질적 지도자인 도디크 총리가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선에서 당선됐고 그가 이끄는 독립사회민주연합이 공화국 의회 선거에서 제1당 지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지닌 권한과 자산을 중앙정부로 이양함으로써 보스니아를 다민족 통합국가로 발전시키려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계획은 도디크 총리 등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한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반발에 번번이 좌절됐다.
도디크 총리는 "만일 타협과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이 있다. 평화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라며 중앙정부로의 권력 이양에 강력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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