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최근 "과거 선진국 사이에도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시도는 자주 발생했지만 최근 외환시장에 일고 있는 환율전쟁은 중국이라는 차세대 슈퍼파워의 등장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대립전으로 비화했다"며 최근 불거진 환율전쟁의 세 가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로 선진국시장에서 나타난 공급과잉과 수요급감을 최우선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과 일본ㆍ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이탈리아 등 세계 6대 경제대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의 지난 2ㆍ4분기 GDP 증가율은 위기 이전에 비해 평균 10%포인트나 뒤처졌다.
그는 선진국도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성장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수출주도형 경제를 끌어가고 있는 신흥국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민간자본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FF)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총 7460억 달러에 달한다. 유출된 금액 등을 감안하더라도 신흥국은 올해 5350억 달러의 자본수지 흑자를 거뒀다. 외부에서 빌린 돈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해당국 통화가 절상돼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에 따라 신흥국 정부들은 핫머니 차단을 위해 금융거래세를 갑절로 인상하는 등 우회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급격히 늘린 것도 통화전쟁의 배경이 됐다. 2008년 7월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1999년 1월 1조6150억 달러에서 7조5340억달러로 10년 새 7배나 늘었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이 위기 재발을 방지하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울프는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에서 응급용으로 쓰인 자금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지난해 2월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40%를 거머쥔 '외환시장의 군주'로 군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