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로 첫 시험대에 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손 대표의 이번 성적표가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을 가를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내에선 이를 둘러싼 갈등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당내 손 대표를 비롯한 신주류와 비주류간 노선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고리로 손 대표를 압박하는 등 정면 승부를 벼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은 7일 한·미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며 공간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한·미 FTA 재협상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등 정책과 노선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손 대표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다.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은 손 대표는 10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특히 당내에 지펴진 한·미 FTA ‘불씨’ 처리 문제에 대한 입정 정리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고민이 담긴 대목이다.
앞서 손 대표는 8일 이 같은 당내 논란과 관련, “당내 FTA 관련 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깊이 있는 검토를 하겠다. 아울러 한-EU(유럽연합) FTA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국익을 추가하고 피해 상황을 보완하고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당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 FTA를 어떻게 볼지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상견례에서는 한·미 FTA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표 취임을 축하하러 온 이 장관에 “미국이 현재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쇠고기·섬유 부분에서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밀실(密室)협상으로 대폭 양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원만히 치르기 위해 미국에 국익을 대폭 양보하려는 것 아니냐”며 “국내 산업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한-EU, 한미 FTA는 10년, 20년 후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도 (정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너무 일방적으로 한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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