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검찰이 전방위로 대기업 비리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기업별로 수사 진척도가 천차만별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고 있는 C&그룹 비자금 수사는 금융권의 특혜대출에 초점을 맞추고 정관계로비 의혹을 집중 파헤치고 있다. 금융∙정계 인사들이 이르면 이번주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초반 가속도를 내던 서울서부지검의 한화∙태광그룹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수사는 정관계 로비 등의 혐의가 포착되지 않아 일부 확인된 비자금 조성혐의만 먼저 종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의 경우는 ‘재수사’ 함정에서 해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 비리 수사 ‘맑음’...정관계 로비 대상 10여명 곧 소환
대검 중수부는(김홍일 검사장)는 C&그룹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을 파악하고 막바지 수사 대상자 선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번 수사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검찰은 자금난에 허덕이던 C&그룹이 지난 2007∼2008년 조선사업에 뛰어들면서 자금지원을 받으려고 금융권과 정계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에 집중했다.
검찰은 우선 임 회장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조성했을 것으로 보는 비자금의 향방을 쫓고 있다.
C&그룹이 C&중공업 등 계열사의 해외법인과 광양예선, 남부아이앤디 등 그룹 외곽의 관계사를 통해 수상한 자금거래를 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들 회사가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C&그룹이 금융권에서 1조3000억원의 특혜성 자금을 끌어들인 경위를 캐고 있다.
수사팀은 C&중공업 등이 2007~2008년 우리은행에서 2200억여원을 대출받을 때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동생 박택춘 C&중공업 사장이 현직에 있었고, 우리은행의 여신 담당 직원들이 대출심사서류를 조작해 대출 승인을 해준 사실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C&그룹에 대한 특혜성 대출에 우리은행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결재권을 가진 은행 상층부의 지시나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의 소환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C&그룹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정치권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건조’, 비자금만 드러나...태광 ‘흐림’, 재수사 ‘부담’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건조’하다. 당초 검찰은 한화그룹의 로비 대상에 여야 거물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검찰내부의 전언이다.
다만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가 27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압수수색하면서 비자금 실체에는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한화 호텔앤드리조트가 내부거래 등을 통해 김승연 그룹 회장의 부외자금 운용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단서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창구로 지목돼 온 한화증권의 이용호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26일엔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그룹 경영기획실 사장을 소환했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 수사에서 정·관계 로비 등 다른 혐의가 포착되지 않아 일부 확인한 비자금 조성 혐의만으로 먼저 종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비자금 액수를 확정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며, 비자금의 쓰임새를 파악하는 단계에는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수사의 경우 ‘흐림’이다. 서부지검은 그간 이호진 회장의 집무실과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씨의 은행대여금고까지 쌍끌이식 압수수색을 했지만 아직 비자금의 실체를 파악치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임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와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면서 수사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초반 수사의 원동력인 제보가 대다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약식기소되면서 사업처리가 끝난 사건들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재수사’라는 측면에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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