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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지난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미 금융권의 순이익 증가율이 12.5%로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멀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적보다는 지지부진한 미 정치권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실패할 경우 금융시장이 받게 될 충격에 대한 우려가 월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금융주 폭락…리먼 악몽 데자뷔?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급락세를 보인 금융주가 장 전반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미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8% 하락한 9.72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주가가 10달러 아래로 밀린 것은 200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장 초반에는 낙폭을 4%까지 늘리며 1년래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젠워스파이낸셜 역시 1년래 최저치로 밀려났다. 특히 젠워스파이낸셜은 이날 7% 급락, S&P500 종목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이로써 81개 금융주로 이뤄진 S&P500 금융업종지수는 이날 1.4% 하락했다. S&P500지수가 올 들어 3.7% 오르는 동안 금융업종은 9% 가까이 빠졌다. 금융업종은 S&P500 업종 가운데 올 들어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는 BoA(-27.15%) 모건스탠리(-25.17%) 코메리카(-24.10%) 골드만삭스(-23.62%) 씨티그룹(-21.44%)의 수익률이 바닥권을 형성했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스톡스유럽600은행지수는 이날 3.1% 급락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이 가능성이 큰 나라로 지목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이 6.4% 하락했고,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도 7% 떨어지며 재정위기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CNBC는 이날이 리먼사태가 불거진 2008년 9월15일과 같은 월요일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국채 수익률 급등 월가 치명타"
실제로 시장에서는 백악관과 의회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실패해 미 연방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의 지불능력이 바닥나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미 국채의 위상이 곤두박질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 가격이 추락하면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는 급등하게 된다. 수익률이 오르면 미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국채 수익률과 연동돼 있는 시중금리도 덩달아 뛰게 된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자동차대출, 학생대출 금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모기지 금리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져 이중침체(더블딥) 분위기가 확연한 미 부동산시장에는 치명적이다. 대출이 부실화하면 이를 내준 은행들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금융위기가 주택시장 붕괴로 인한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섬뜩한 시나리오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제도이사회(연준·Fed)가 두 차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푼 것도 금리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 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로 인한 리스크도 상당하다. 한 순간에 부실자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은행에 투자한 이들도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그리스를 비롯한 재정불량국의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초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혼란 정도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의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장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해 금리와 무관하게 아무도 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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