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엔 ‘반색’… 사업계획 수립엔 ‘난색’

  • 산업계 미 신용등급 하락 여파에 수읽기 고심

(아주경제 김형욱·김희준 기자) 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가 주식 폭락에서 환율로 옮겨가고 있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의 달러 매수세로 달러가 귀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9일 전일보다 5.60원 오른 1088.10원에 마감됐다. 이날 오전 한때 1095원을 넘어서며 1100원까지 위협하기도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50원 선에서 그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야말로 ‘널뛰기’ 환율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을 주요 경영지표로 활용하는 산업계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기업에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은 호재지만, 당장 얼마나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 여파가 리먼 쇼크 이후 또다시 글로벌 경기 침체, 이른바 ‘더블딥’으로 이어질 경우 환율은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산업계는 경기침체와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맞는다.

실제 시중은행 딜러들은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 연구원은 중ㆍ장기적으로는 하락 기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기업 “환율 상승은 나쁘지 않다… 상황 예의주시”= 전자ㆍ자동차ㆍ중공업 등 수출 기업은 당장 원달러 환율 상승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올 초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았으나 4월 이후 1100원을 밑돈 데 이어 최근 1050원 전후로 하락하며 1000원을 밑돌 경우를 대비한 ‘극약처방’까지 강구했다. 1100원에 근접할 정도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의 경우 엔이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최근 달러-엔 환율이 80엔 밑으로 내려갔고 일본 기업의 환율 부담은 더 커졌다. 이 역시 큰 틀에서 국내 기업에겐 호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나쁘지 않다. 국내 수출물량에 대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으나 최근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은 오히려 늘 것”이라며 “다만 환율의 급등락은 경영전략 수립에 큰 변수가 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이 조사한 국내 중소 수출기업의 적정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23원, 올 초 사업계획은 1082원, 손익분기점은 1060원이었다. 1100원을 웃도는 현 상황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상황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곤란한 건 이들도 마찬가지다.

◇M&Aㆍ투자계획도 불확실성 확대… “당분간 현상태 유지”= ‘널뛰기’ 경제지표로 인해 산업계의 인수합병(M&A) 등 투자계획에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경영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일부 계획 우선순위 조정 가능성도 있다.

당장 대한통운 인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CJ그룹이나 국내 주류시장 진입과 함께 중국ㆍ동남아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는 롯데그룹,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중인 STX그룹 등의 향후 행보가 가장 주목된다. 이들 업체들은 당장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으나 상황에 따라 완급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23조원을 신규 설비 투자에 집행키로 한 삼성전자나 4조8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LG전자 역시 북미와 유럽 시장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대비하면서도 신규 투자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요감소에 대비해 올 초 세운 2조400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개월 단기 경영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는 SK 역시 글로벌 시장의 변동에 따라 자금운용 및 투자를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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