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대상이 신용카드 소지자라는 제한이 있는데다 소비자들도 아직까지 이 카드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야심차게 내놓은 하이브리드카드가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신용카드 기능을 겸비한 ‘참(Charm) 신한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결제 계좌 내 잔고를 쓰다가 잔고가 소진되면 1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나SK카드도 계좌 소진 시 추가 승인이 필요한 경우 보유한 다른 신용카드 한도 중 최대 30만원까지 신용으로 결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드를 출시했다.
이 밖에 KB국민카드,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 은행 및 은행계 카드사들은 계좌를 연계한 하이브리드카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실제 하이브리드카드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의 ‘신한 참신한 체크카드’는 4월 초 출시 후 현재까지 약 1만5000장 발급에 그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객들이 하이브리드카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에 출시된 ‘참신한 통장’과 연계해 더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카드는 신용도가 부여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만 발급된다는 한계가 있다.
당초 하이브리드카드의 출시 목적이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른 것인데 반해 실제 발급 대상에는 제한이 있어 체크카드 활성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가 합쳐진 기능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은행을 찾은 A씨는 “현재 웬만한 소비자들이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한 장씩 가지고 있고, 두 카드의 결제를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리 할 텐데 굳이 하이브리드카드를 발급할 필요가 있나 싶다”며 “신용도 부여가 가능하다면 차라리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영업점 직원도 “(하이브리드카드가)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아직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지 않다”며 “어떤 기능인지 물어보는 고객들은 있지만 실제 가입자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보우 단국대학교 경제학박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뭐든지 유리하고 편리해야 한다. 유리한 것은 혜택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고, 편리한 것은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하이브리드카드는 유리성과 편리성 두 가지 모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폭이 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메리트가 될 수 없다”며 “당국에서 체크카드 사용을 더욱 장려할 수 있는 구체화된 대책이 나와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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