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형성될 ‘탄소 시장’(배출권 거래 시장)은 에너지 다소비·탄소의존형 경제구조의 틀을 바꾸고 신흥국에 배출권을 내다파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기능도 있다. 배출총량 목표치를 달성치 못한 기업들은 배출권을 매입하는 비용과 목표 미달에 따른 과징금 등을 물어야 한다. 개별 기업이 비용증가 부담을 못이겨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배출권 거래, 2015년 본격 시행
배출권 거래제법에 따르면 2015년 1월 1일부터 거래제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5년 단위로 배출권의 총수량, 대상 부분·업종 등을 포함하는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배출권 거래 대상은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른 관리업체 중 연 12만5000톤 CO₂ 이상 배출업체 또는 연 2만5000톤 CO₂이상 사업장이다.
탄소시장에선 각 기업이 할당받은 배출권에 대해 초과달성분과 부족분을 사고 판다. A철강사가 할당받은 온실가스 감축분이 100톤인데 60톤만 감축했다면 40톤의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사와야 한다. B조선사의 할당 감축분이 100톤인데 140톤을 감축했다면 40톤의 초과달성분을 A사에 팔 수 있다. 만일 보유한 배출권을 초과하는 배출량이 발생하면 10만원 범위 내에서 시장평균가 3배 이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이제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분배), 환경 등의 문제를 모두 고려한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며 “배출권 거래제 도입으로 녹색성장이라는 지속가능 발전모델을 구축하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실물기업 비용 부담…해외로 탈출?
문제는 개별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다. 현재 시행되는 배출권 목표관리제(458개 기업)는 직접규제 방식으로, 할당받은 감축 목표에 미달하면 10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됐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 도입으로 각 기업들은 목표달성치에서 부족한 배출권을 매입해야 하는 비용과 과징금 부담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관계자는 “1·2차 계획기간(2015∼2020년)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95% 이상으로 하고 있고 국제경쟁력에 민감한 업종에 대해선 무역집약도, 생산비용을 고려해 100% 무상할당 근거를 마련했다”며 “기업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서 안정장치를 뒀다”고 말했다. 앞으로 8년간 기업의 비용부담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누출 우려도 나온다. 온실가스 규제강화로 개별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한다면 기업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을 늘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 배출권 비용지출 여력이 된다면 계속 공장을 돌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공장문을 닫을 수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업의 비용편익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인프라 구축이 원활치 않은 후진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탄소누출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탄소시장, 신성장동력 될까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한국도 탄소시장을 사실상 열면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느냐도 관심이다.
세계탄소시장 규모는 2005년 110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1419억 달러로 13배가량 커지는 등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 교수는 “배출권 시장도 일종의 금융이기 때문에 유럽시장 등에 진출하거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다만 우리나라 기업체 수의 부족으로 생산성 있는 탄소시장이 형성될지 수 있느냐의 문제, 단기적으로 기업 비용 부담 증가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은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탄소시장에서 가장 큰 판돈을 거머쥔 미국이 전면실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장선다는 건 경거망동일 수 있다”며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배출권 거래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정택 무역위원장(인하대 교수)은 “거래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기본적인 정보파악, 감축이 미칠 기업·산업별 영향 분석 등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탄소배출 의무를 기업에 할당하기 전 효과, 발생 비용 등에 대한 검증을 거친 기본정보를 정부가 제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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