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은이 말하는 '선제적 대응'의 의미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야근이 축복이라니요? 일을 하다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매섭게 쏘아붙였다. 최근 열렸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국감 전 기자들과 가졌던 세미나 중간에 ‘야근은 축복’이라고 했던 발언을 두고, 김 의원이 질타한 것이다.

당시 김 총재의 발언은 ‘일 잘하는 직원의 업무량이 많아 야근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로 나온 얘기였다. 이를 듣던 한 임원은 “저도 축복 많이 받았습니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 총재가 “서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공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사과요구를 했다. 확대해석에 의한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김 총재의 발언이 그만큼 무게를 가진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다. 조직의 리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과 운용이 그의 입을 통해 나온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움직인다.

문제는 이러한 김 총재의 발언이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주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두 달만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됐다. 성장률 전망치도 내렸다. 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진즉 내렸어야 하는데 상황이 악화일로에 치닫자 뒤늦게 내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의 조소는 ‘무엇이 선제적인가’로 집약된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범위도 낮춰 잡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한은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 한은 직원들의 야근이 더 늘어날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김 총재가 시장에 제대로 된 시그널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과, 한은이 늑장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불거진 상황이다. 한은은 '선제적 통화관리'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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