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돈 잘 버는 대기업, 양보하는 미덕을 키워야 할 때

금융부 장슬기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그동안 엄청 싸게 내왔으면서, 영세 자영업자들 내려주고 자기네들 조금 올려달라니까 이 난리를 칩니까.”

4평 남짓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으로 시끌시끌하다. 지난 22일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연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적게 버는 사업자는 수수료를 조금만 내고, 많이 버는 사업자는 더 내란 의미다. 생각해보면 참 단순한 논리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수수료율 인상에 합의하지 않은 몇몇 대형가맹점들은 벌써부터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일부는 카드결제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영업자들의 수수료율 인하분을 왜 대형가맹점이 책임져야 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구하나 양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거센 반발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부담을 전가하려는 협박 아닌 협박을 일삼는다.

'전부다 내려주고 왜 우리만 올리냐'는 당황스러운 주장을 하기도 한다.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1년 박정희 정부 때부터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펼쳐졌다. 국내 대기업을 양성해 수출 증대로 국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체제가 50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제는 대기업 말고는 장사해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오죽하면 '골목상권 살리기'란 말까지 나왔다.

그동안 대기업 배불리기에 열심히 동조해준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대기업이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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