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과 함께 떠나는 명품여행⑤_경남 통영편

  • ‘나그네 시인’강제윤이 소개하는 통영의‘맛’과‘멋’

새벽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 앞바다에 선경이 펼쳐진다. (사진작가 이상희)

통영 시내 전경(사진작가 이상희)

(사진,글=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통영은 남쪽 끝 해변에 위치한 변방의 소도시입니다. 사람들은 통영의 수려한 자연에 취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입니다. 통영은 예향이기도 합니다. 박경리·윤이상·유치환·김상옥· 전혁림·김춘수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해전을 승리로 이끈 구국의 땅이기도 합니다. 통영이라는 이름도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고즈넉한 땅에 동행이 되어준 사람은‘나그네 시인’이라 불리는 강제윤 씨입니다. 그는 섬 기행가로 유명합니다. 지난 2006년부터 그는 260여개의 유인도를 다니며 ‘섬’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통영에 머물며 이 곳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곳에 머물지 기약은 없습니다.그래서일까요. 외부인이지만 현지인보다 통영을 더 깊게 알고 있습니다. ‘방랑 시인’ 강제윤이 소개하는 통영은 그래서 더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와 함께 통영으로 지금 떠나볼까요.

◆통영의‘멋’은‘맛’에서 왔다
강제윤 씨는 통영 예찬론자다. 그가 통영에 머문지 어언 2년째. 그는 이미 통영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시인은 통영의 으뜸 매력을 ‘맛’이라고 말했다.

“통영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통영이 맛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맛에 관한한 통영은 경상도가 아닙니다. 경상도의 전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주와는 또 다른, 여기만의 맛이 있습니다. 통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맛 보아야 할 이곳만의 ‘맛’투어를 계획해 보는 것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여행이 추억이듯 음식도 추억이다. 좋은 음식이 좋은 추억을 남기듯 나쁜 음식은 나쁜 추억을 남기게 된다.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음식에 대한 추억이 나쁘다면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지 않지만 풍경도 좋고 음식도 좋으면 자꾸만 가고 싶은 곳이 된다. 통영은 풍경도 좋은데다 음식까지 좋은 곳이라고 시인은 소개했다.

“통영은 풍요로운 땅입니다. 특히 통영의 바다는 사철이 풍부하죠. 반면 서해바다는 겨울이면 텅 빕니다. 대부분의 어류들이 추위를 피해 남쪽 바다로 떠나거나 통변에 들어 깊은 바다 속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이죠. 동해는 어종이 단순합니다. 하지만 남해의 겨울은 그야말로 제철입니다. 동서남해 모든 바다의 어류들이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그 남해에서도 통영의 가장 많은 해산물들의 집산지입니다.”
통영 다찌 상차림. 다찌는 다양한 해산물 음식을 골고루 맛 볼 수 있는 통영의 보물이다. (사진작가 이상희)

통영이 맛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풍부한 물산 때문이다. 맛이란 물산이 풍부할 때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배를 채우기에도 급급하다면 맛 같은 것을 따질 여력이 없다. 척박한 지역일 수록 음식이 맛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풍요로워야 맛이 생기고 마침내 음식에 멋까지 부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문화가 시작된다. 그래서 통영의 음식은 각별히 맛있다.

“통영의 맛은 어느 한 지역의 맛이 아니라 삼도수군통제영이 관할이던 전라, 충청, 경상 삼도 해안지방의 맛이 어울러져 탄생된 보편적인 맛과 궁중 음식의 전래 그리고 조선에서 상업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통영의 물적 기반과 남해바다의 풍부한 해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골치덩어리에서 통영의 랜드마크‘동피랑’

통영을 떠올리면 대표적인 곳이 바로 동피랑 마을이다. 동피랑이란 말은 동쪽 벼랑이라는 순수 통영말이다. 예전에는 가파른 비탈에 들어선 달동네였다. 오래된 가옥과 불안한 치안으로 한 때 골치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통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마크로 탈바꿈했다. 낡은 집과 오래된 골목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부터 생긴 변화다.

시인은 201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동피랑 마을에 머물고 있다. 그가 사는 곳은 벽화가 그려진 집 중의 하나다. 하지만 그가 머물고 있는 집은 자신 소유는 아니다. 통영시에서는 동피랑의 빈 집 몇 채를 고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에게 작업실로 빌려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시인이 아니었거나 여행자가 아니었으면 이런 행운이 그에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동피랑에서는 낮이면 바다로 드나드는 배들을 보며 나도 어디론가 떠납니다. 밤이면 통영의 밤바다와 야경에 흠뻑 취하곤 합니다. 이런 풍경에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여행을 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합니다. 동피랑 마을은 그런 곳입니다.”

강구안 쪽 중앙시장에서 동피랑 오르는 길은 네 곳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 나왔던 나폴리 모텔 옆길이 하나이고 충무데파트 옆길이 또 하나. 이 둘은 사람과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이 길은 별 재미가 없다. 진짜 동피랑 비탈길을 체험하려면 자동차는 강구안 공영주차장에 주차시켜 놓고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로 올라야한다. 강구안 쪽에서 오르는 샛길은 두개다. 하나는 중앙 활어시장 옆 길. 중앙 활어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주로 갈치, 고등어, 삼치 등의 선어만 파는 좌판이 있다. 그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몇 걸음만 가면 왼편으로 좁은 골목이 시작된다. 안정횟집, 등대횟집이 나란히 있다. 등대횟집에는 모형등대가 있으니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 길을 따라서 쭉 오르면 된다. 거기서부터 벽화를 그린 집들이 등장한다.

또 한 길은 강구안쪽 건어물 골목, 이 길은 차도 다니는 길이라 제법 넓다. 건어물뿐만 아니라, 활어와 해산물을 도매로 파는 집들, 야채, 과일가게, 식당, 초장집등 다양한 점포들이 있는 상가 골목이다. 골목 입구에서 50m쯤 가면 참기름 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방앗간이 나온다. 수월참기름집이다. 하지만 간판이 작아 알아보기 어렵다. 그 옆은 토영수산. 토영수산과 수월참기름집 사이 샛길 계단을 오르면 동피랑에 이르게 된다. 중앙 전통 시장 간판 건너편 계단 골목이라면 좀 찾기 쉽겠다. 그 외 정량동쪽이나 태평동 쪽 골목길도 있지만 미로처럼 얽힌 골목이라 외지인들이 찾기는 어렵다. 그래도 벽화를 보고 내려갈 때는 조금 찾기 쉽다. 그쪽 골목을 더듬어 내려가면 시간이 멈춰진 듯 한 옛날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진짜 골목이 살아있다. 거기에는 간판도 없이 술과 담배, 과자 몇 봉지 쌓아놓고 파는 진짜 점방도 있다. 이 점방이야말로 살아 있는 문화재가 아닌가! 타임머신이 없어도 이미 시간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통영 달아 앞바다의 쌍끌이 어선과 일몰. (사진작가 이상희)

◆강제윤 시인 추천, 통영에서 1박2일 걷기
△통영여행 TIP: 통영은 번잡하지 않은 소도시이다. 쉬엄쉬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통영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첫쨋날: 용화사입구(오른쪽길)→관음암→도솔암→미륵산 정상(461m)→용화사→용화사 광장(2-3시간)
미륵산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경을 한눈에 볼수 있다. 차량으로 용화사입구까지 이동해 미륵산에 오른
다. 자가용차가 있으면 미래사까지 올라가 미래사 편백숲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일몰은 달아전망대나 수산과
학관이 좋다. 시내버스로도 이용 가능하다.

△둘째날: 서호시장→해저터널→윤이상기념관→충렬사→세병관→중앙시장→동피랑마을→청마문학관→이순신공원(3-4시간)
여객선터미널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서 통영시내를 걸으며 돌아보면 좋다.

◆강제윤 시인의 추천 맛집
△다찌 집: 대추나무(055-641-3877), 벅수실비(055-641-4684)
△복국집: 동광식당(055-644-1112), 호동식당(055-645-3138), 만성복집(055-645-2140)
△물메기탕, 쑤기미탕: 송학횟집(055-644-2460),
△생선 매운탕: 분소식당(055-644-0495)
△멍게비빔밥: 멍게가(055-644-7774)
△생선구이: 명촌식당 (055-641-2280)
△낚지볶음: 서울식당(055-642-6893)

◆강제윤 시인은 누구?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자 여행자이다. 1988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 등단했다. 문화일보 선정 평화인물 100인. 2006년부터 사람 사는 한국의 모든 섬을 걷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그동안 250여개의 섬을 걸었다. 지금도 섬들을 걸으며 섬의 문화와 풍속, 사람 사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는 통영 동피랑 마을에 거주하며 통영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일도 병행해 왔다.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어머니전(문광부 우수문학도서)’‘섬을 걷다’‘그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자발적 가난의 행복(문광부우수문학도서)’‘보길도에서 온 편지’‘올레 사랑을 만나다’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이상희는 누구?
사진작가이자 향토 음식 연구가이다 통영에 살면서 20여 년간 통영과 통영의 섬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오고 있다. 지난 5월, 통영 거북선호텔 아트홀 개관 초대전 ‘별 하나 떨어져 섬이 되다’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오랫동안 통영의 섬들을 카메라에 담아 개발의 바람으로 원형이 사라져 가는 섬들에 대한 마지막 기록으로서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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