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견·중소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줄줄이 부도를 맞았고,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까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100대 건설사 중 21개사가 현재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건설업계는 최악의 한파를 맞고 있다.
◆쌍용건설 위기 왜 왔나?
해외건설 명가로 이름을 날리던 쌍용건설이 위기를 맞은 주된 이유는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와 연이은 인수·합병(M&A) 실패에 따른 후유증 때문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실시한 미분양아파트 할인판매는 2년 연속 대규모 손실을 가져왔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6차례에 걸친 M&A 실패는 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모회사가 있는 건설사들은 약 5000억~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회생방안을 찾은 반면 쌍용건설은 외부 자금 확충을 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10월 캠코와 채권단에서 유동성을 지원받았으나 자금 사용처에 제한이 걸려 채권 상환이 일부 늦어지면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이는 발주처로부터 1500여억원의 선수금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당장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303억원의 어음은 막는다 하더라도 매달 채권상환에 시달려야 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는 게 쌍용건설측 설명이다.
하지만 쌍용건설 협력사들의 피해는 막기 힘든 상황이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다음달 5일이나 돼야 알 수 있어 이달 말 만기인 기업간거래(B2B) 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300억원은 갚기 힘들기 때문이다.
B2B 전자어음은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구조다. 만기일에 상환하지 않으면 부도가 아닌, 연체로 인식된다.
채권단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3조원 규모의 해외공사와 23조원에 달하는 수주전에 차질을 빚게 된다. 쌍용건설은 현재 8개국 16개 현장에서 3조원가량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공사에서 입찰사전심사(PQ)를 통과하고 본격 입찰을 진행 중인 공사는 215억6000만 달러(약 23조원) 규모다.
◆건설사 증시 퇴출 도미노 현상 우려
쌍용건설 이외에도 현재 부도위기에 놓인 건설사는 한두 곳이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13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건설주일 정도다. 한일건설·신일건업·남광토건·삼환기업·벽산건설·범양건영·동양건설이 증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건설사들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진 건설사는 쌍용건설·금호산업·삼호·신원종합개발·한일건설 등 총 6곳이다.
이 중 쌍용건설·한일건설은 자본금을 모두 잠식당하고 부채로 버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벽산건설·남광토건·범양건영 등은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건설사는 중견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쌍용건설과 금호산업 등 시공능력 상위권 건설사로 확산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중단 등 실적 저하 탓이다. 또 신규계약이 줄어들고 저가 공사 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돼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공사 미수금 증가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자본잠식에 빠지는 건설사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를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증시에서 건설주들의 퇴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이미 시공순위 100위권 중 5분의 1이 넘는 21곳이 워크아웃·법정관리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은 올해 만기도래될 채권상환 부담이 워낙 커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건설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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