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계 시공순위 13위인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대형 건설사들의 줄도산 공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사실상 그룹 전체가 와해된 웅진그룹이 쓰러진 결정적 이유가 극동건설의 무리한 인수였다는 점도 건설계열사에 대한 재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계열사를 가진 대기업들은 인력감축이나 타 계열사의 자금지원 등을 통해 건설계열사들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건설부문 인력을 타 계열사 건설부문으로 넘기며 인력 조정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사내 건설부문 인력은 최근까지 100여명이 삼성 에버랜드 쪽으로 이동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주택건설경기 침체와 시장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건설부문의 인력 조정이 필요하던 차에 에버랜드 측에서 건설부문의 인력이 필요해 이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인 조선업종도 시장 형편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역시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건설부문 매출규모는 지난 2011년 1조원을 넘기며 전체의 8%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으나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4일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두산그룹은 당시 오너 일가와 두산중공업이 4500억원 규모의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두산중공업의 현물출자 5700억원, 자체 자산 매각 1500억원 등 총 1조1700억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의 알짜사업 중 하나인 배열회수 보일러 사업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두산건설에 넘기는 방안까지 지원안에 포함한 것은 그만큼 두산건설의 위기가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뜻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지원에 참여한 것도 두산건설로 인해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그룹사들의 건설계열사도 사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동부그룹 동부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에 돌아오는 2018억의 회사채 만기를 막기 위해 무보증 회사채나 담보부사채 등을 발행할 계획이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라그룹의 한라건설, 코오롱그룹의 코오롱건설 역시 각각 2400억원과 1810억원의 회사채와 PF 우발채무 만기가 돌아와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그룹 전체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때가 있었지만 다 옛날이야기"라며 "지금은 그룹의 돈을 잡아먹는 무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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