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이나 도발 위협과는 달리 개성공단 사태는 공단 내 우리 국민의 안위와 직접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정교한 위기관리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부처별 업무보고 일정이나 식목일 식수행사에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예정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7일 "오리가 물 위를 평화롭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에서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발을 움직인다"며 "마찬가지로 청와대는 컨트롤타워로서 외교안보부처와 함께 지금 이 시간에도 유기적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차례 소집한 상황평가회의에서 "청와대가 차분하다는 것은 아주 단호하고 냉철하다는 뜻"이라며 "현 상황이 북한의 레토릭이건 아니건 우리는 확실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마중물'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6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개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개성공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도됐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방안으로 개성공단 국제화 방안까지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지난달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개성공단에) 외국기업이 유치돼 국제화가 되면 함부로 어느날 출입이 금지된다거나 또는 세금을 갑자기 올린다거나 하는, 국제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 나올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개성공단 국제화 등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지원까지도 가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개성공단과 북한 주재 외교공관 등에 10일까지 철수계획서를 내놓으라며 도발위협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자 청와대는 사태 추이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안보실장은 "북한이 개성공단과 북한 주재 외교공관 등에 10일까지 철수계획서를 내놓으라는 것은 북한의 사전 계산된 행태로 본다"며 "그 시기를 전후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안보실장은 "그러나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현재 전면전의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혹시 국지전이 발발하면 북한은 그 몇 배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안보실장은 최근 잇단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해 "북한은 매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내용을 한 건씩 터트리고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헤드라인 전략"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의 여론을 자기들의 힘의 중심(重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국민의 여론을 호도해 안보 블감증을 증식시켜 대북정책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 안보실장은 "미국의 특사,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한국의 대화 제의 등을 유도해 북한의 상황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이 군을 믿고 북한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으며, 너무나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하고 국민 여론이 나쁜 쪽으로 쏠리면 개성공단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